사회적 기업의 꿈 <3> 다문화 공예·힐링 목공…교실로 녹아들다

입력 2014-12-19 11:10:08

시 공동프로젝트 2년째 교육문화분야 10곳 참여

송현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러시아 출신 결혼이주여성 강사와 함께 러시아 민속 공예품인 마트료시카를 만들었다. 사진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송현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러시아 출신 결혼이주여성 강사와 함께 러시아 민속 공예품인 마트료시카를 만들었다. 사진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대구시는 지난해부터 '세상 속에 녹아드는 나눔교육' 공동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지역의 교육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올해는 대구국제오페라오케스트라, 색동회 대구지회, 한지나라공예문화협회, 대구행복한학교재단, 꿈꾸는 씨어터, 대구현대음악오케스트라, DGB사회공헌재단 꿈나무교육사업단, 계수나무, 반짇고리, 아트쉐어, 햇빛나들이, 행복한교육총연합회, ODS다문화교육연구소 등 10개 사회적기업이 참여했다. 청소년들은 무료로 교육문화예술 체험을 하고, 해당 사회적기업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일석이조 효과의 장이 되고 있다.

◆'교실에서 떠나는 세계여행', ODS다문화교육연구소

17일 대구 달서구 송현초교(교장 성증악) 2학년 교실. 학생들은 러시아 민속 목각 인형인 '마트료시카'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마트료시카는 목각인형 속에 여러개의 작은 목각인형이 겹겹이 들어있는 모습인데, 특유의 화려한 인형그림이 아이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아이들에게 나눠준 마트료시카는 민무늬 목각인형으로, 아이들은 좋아하는 캐릭터나 색깔을 이용해 자신만의 마트료시카를 만들어나갔다. 김채연(8) 양은 "제가 좋아하는 도라에몽 캐릭터를 마트료시카에 색칠했다"고 자랑스러워하면서 "어제는 중국 등(燈)을 만들기와 중국책 만들기 수업을 했는데, 이렇게 만들기를 통해 외국 나라를 배우니까 더 재미있다"고 활짝 웃었다.

수업은 러시아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주누쉐바아이다 씨가 맡았다. 그는 올해부터 ODS다문화교육연구소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러시아 민속복장을 입고 아이들을 지도한 그는 "아이들로부터 '러시아는 사계절이 없나요?' '러시아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나요?'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생기는가 보다"고 했다. 칠판 앞에는 러시아 화폐인 '루블', 민속의상인 '사라판', 러시아 전통 음식 등을 사진으로 걸어 아이들의 이해를 도왔다.

김은경 담임교사는 "특색있는 교과운영을 위해 교육기부 수업을 신청했는데, 아이들이 교과서에서만 보던 여러나라의 문화를 교실 안에서 배울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워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대구 사회적기업인 'ODS다문화교육연구소'(대표 이나현)가 마련한 '교실에서 떠나는 세계여행' 수업.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이 직접 강사가 나서 아이들과 함께 각 나라의 민속품을 만드는 체험을 통해 그 나라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나현 대표는 "결혼이주여성과 경력단절여성이 공교육과 평생교육시장에서 다문화이해교육과 방과후전문과목 교육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있다"고 소개했다.

◆'목공체험으로 힐링', 계수나무

지난 12일 대구 화원중학교(교장 류시재)에서 열린 '힐링 목공 체험' 수업. 대구 사회적기업인 계수나무(대표 하재옥)가 진행한 이날 수업은 학생들이 직접 목공품을 만지고 조립하면서 다용도 함을 만들어보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학생들은 미리 재단된 나무판에 목공풀을 발라 하나둘 끼우고 못을 박아 상자 모양을 만들었다. 상자를 다 만든 뒤에는 사포질로 매끈하게 다듬기까지 했다. 1학년 권민지 양은 "지난 주에는 나무판을 조립해 연필꽂이와 미니선반을 만들었다"며 "삼나무 판에서 나는 냄새가 참 좋다"고 말했다. 장지현 양은 "학교 수업에는 없는 목공체험 시간을 이용해 나만의 작품이 생기니까 뿌듯하다"고 했다.

2011년 설립된 계수나무는 지난해 고용노동부 인정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야생초 지도강사 양성과정과 다양한 식물들을 소재로 취약계층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지역 여러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취약계층 및 야생초 강사양성, 야생초작품 체험·판매, 기능성 채소·액비 생산, 야생초화분 제작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스무명 안팎의 직원 대부분이 55세 이상으로 다양한 교육봉사와 야생초 디자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10월에는 한국인력개발원으로부터 '힐링숲 야생화지도사'와 '힐링숲 원예지도사' 민간자격증과정을 승인받았다.

경북대 임학과에서 휴양학 전공(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하재옥 대표는 "아이들이 목공에 몰입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 수업이 아이들의 자아성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풀 한 포기를 통해서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고, 사회 취약계층들에게 의미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