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드라마 '피노키오' 배우 박신혜

입력 2014-12-18 07:21:50

"좋은 반응에 기분 UP...말의 중요성 안 것도 수확"

하루 2시간도 채 못 잔다는데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피곤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화장을 진하게 한 것도 아닌데, "피곤해서 다크서클도 생겼고, 코 한가운데에 뾰루지가 나서 (이)종석이가 놀렸다"고 토로하는 그의 얼굴에서 피곤함의 흔적을 도무지 찾을 수 없다.

박신혜는 현재 방송 중인 SBS 수목극 '피노키오'가 좋은 반응을 얻어서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여전히 촬영이 바빠 직접적인 인기를 체감할 수는 없지만, 반응이 좋다는 걸 주변 분들에게 전해 들었다"고 행복해했다. 예의 귀여운 얼굴로 웃음 짓는 박신혜. 그러다 "그런데 지금 경찰서 마와리(일본어인 사츠마와리(さつまわり)에서 파생, 사회부 수습기자가 일정 기간 경찰서나 병원, 소방서 등을 돌며 취재 훈련을 받는 것을 말함) 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웃음기를 내려놓고 MSC방송사 최인하 기자로 돌아왔다. 사회부 기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피노키오'의 여주인공인 박신혜는 "네. 선배! 이제 또 빨리 경찰서에 가봐야 합니다"라며 재치 있게 대꾸를 했다.

'피노키오'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춘들이 기자가 되어 가는 치열한 과정을 담고 있다. 거짓 이름 기하명으로 살아야 하는 남자 최달포(이종석)와 거짓말을 못 하는 여자 최인하(박신혜)의 청춘 성장 멜로라는 점도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사회부 기자들의 수습 생활과 관련해 경찰서 마와리를 경험한 기자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 요소다. 그만큼 리얼리티를 강조했으니 마와리 경험이 없는 시청자들도 고개를 꺄우뚱거리며 볼 필요 없다는 의미다. 극 중 첫 방송을 앞두고 단장을 하는 인하가 비데를 이용해 머리를 감고, 유래(이유비)가 형사과 안을 엿듣기 위해 청진기까지 동원하는 등의 몇몇 설정도 과하다고 할 수 없다. 박혜련 작가가 기자들의 하루하루를 조사하고 취재한 덕이다.

박신혜는 "실제 촬영에서도 입었던 옷을 며칠째 그대로 입었다"며 "인하가 기자가 되고는 처음에는 옷이 거의 안 바뀌었다. 머리도 예뻤던 웨이브는 풀어져 산발이 됐다. 기름진 머리에, 화장도 지워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디테일에 대한 작가님의 각주가 빼곡하다. 관련 설명도 많이 해준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기자도 참 힘든 직업인 것 같다"고 코끝을 찡긋거렸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박신혜처럼 예쁜 기자는 드물다는 데에서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했더니 배시시 웃었다.

극 중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최인하. 가상의 증세이긴 하지만 드라마 이야기 전개와 구성에 꼭 필요한 설정이다. 인하의 삼촌 최달포가 되어야 했던 하명과 그의 가족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도 인하와 같은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 때문이었고,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기자가 취재하는 과정도 꽤 흥미롭게 담기고 있다. 박신혜가 연기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리얼하지 않으면 거짓으로 와 닿기 십상인 딸꾹질까지 잘 소화하고 있어 놀라울 정도다.

박신혜는 "딸꾹질이 그리 어렵진 않고 재미있다"고 즐거워했다. 나름의 방법도 공유(?)했다. "실제 딸꾹질한 느낌이 어떤지 생각했어요. 타이밍을 어떻게 잡는지가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호흡이 안으로 들어갈 때는 딸꾹질이 힘들어요."(웃음)

그동안 연기했던 '캔디형' 캐릭터와 다른 것도 좋다. "인하는 거짓말을 못 하니 슬프면 '슬프다', 화나면 '화난다'고 말을 해야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초반에는 막말 마녀이기도 했다. 독립적이고 씩씩한 캐릭터인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특히 "작가님께서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모습마저도 예쁘게 그려주셨다"고 좋아했다.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말의 무게와 중요성'을 깨달은 것도 큰 수확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어요. 직접 이야기를 들어도 머릿속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전환되는데 그걸 얼마나 사실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얘기를 하면서도, 연기하면서도 어려웠던 것 같아요. 헬스장 사건 같은 경우에 똑같은 영상을 보고도 각자 다르게 생각하고 기사로 쓰게 됐잖아요? 그런 부분이 어렵기도 하지만 또 드라마를 보는 재미있는 요소인 것 같아요."

이종석과의 호흡도 즐겁다. 박신혜는 "예전에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이보영 선배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현장에서 종석이가 귀염받는다'고 칭찬을 많이 하셨는데 왜 그런지 알겠더라"며 "종석이는 현장 분위기 메이키다. 해맑은 웃음을 가졌기 때문에 스태프들에게도 자양강장제 같은 친구"라고 상대를 추어올렸다.

24일부터는 조선 왕실의 의복을 만들었던 기관인 상의원을 배경으로 정통파 어침장 조돌석(한석규)과 첨단 유행을 반영하는 천재 침선장 이공진(고수), 그리고 열등감에 사로잡힌 왕(유연석)과 외로운 왕비(박신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상의원'(감독 이원석)으로도 팬들을 찾는다. 최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그는 "울렁거린다"고 했었다. 2003년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시작으로 어렸을 때부터 연기해 벌써 11년이 지나 나름 '고참'이 됐는데도, 이번에는 또 달랐나 보다. 박신혜는 "지금껏 해 왔던 캐릭터와는 달리 감정을 깊이 묻어두고 절제해야 하는 인물이라 그 모습을 어떻게 봐줄지 몰라 더욱 긴장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해 긴장을 했다지만, '피노키오'에서와는 또 다른 박신혜의 매력이 '상의원'에서 흘러넘친다. 그동안 귀엽고 밝은 캐릭터였던 박신혜는 외로움과 싸우는 중전을 맡아 절제된 연기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툭 떨어뜨리는 눈물은 가슴이 울컥할 정도다. 긴장했던 박신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복을 입은 자태도 곱다고 했더니, "한복이 정말 예쁘고 아름다웠다. 집에 가져가고 싶을 정도였는데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며 새로운 모습을 연기한 것만으로 만족해했다.

박신혜에게는 최근 또 하나 좋은 일이 있었다. 중국 웨이보 팔로 수가 700만을 넘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인기가 치솟고 있는 박신혜. 최근 만났던 한 업체 관계자도 중국 행사에서 박신혜의 인사말을 넣은 영상이 나왔을 때 중국인들의 반응이 엄청나 놀랐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박신혜는 "외국에서도 좋아해 주시니 정말 고맙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드라마 '상속자', '미남이시네요' 등에서 대세남들과 작품 하면서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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