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맛에 단골] 장산 서예원 회원들 대원인삼도토리수제비 경산점

입력 2014-12-18 07:57:02

소등뼈에 각종 한약재 넣고 끓인 '건강식 수제비'

'대원인삼도토리수제비'. 식당 이름이 길다. 만약 음식에 들어간 재료 이름을 다 나열했다면 식당 이름은 더 길어졌을지도 모른다. 소등뼈와 각종 한약재를 잔뜩 넣어 5시간 넘게 국물을 우려내고, 여기에 인삼과 버섯, 도토리수제비를 넣어 맛을 낸 수제비가 대표 상품이다. '수제비가 몸에 좋아 봤자'라는 생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점심 한 끼를 먹어도 건강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주목해야 할 곳이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 진짜 단골

"사장님, 나는 오늘 만둣국!" "저는 수제비요!"

오늘은 만둣국이라니. 주문하는 소리만 들어도 단골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다. 식당을 찾은 사람들은 경산 장산 서예원 회원들. 박도일(60) 원장에게 서예를 배우는 사람들이다. 영어학원 강사와 문방 대표, 회사원 등 직업은 달라도 식성은 같다. 회원 홍정숙(60) 씨는 "어제저녁에도 왔고, 오늘 저녁에도 다시 와야 하고, 너무 자주 와서 요즘에는 일주일에 두 번만 온다"면서 웃었다.

장산 서예원은 이웃사촌이 자연스레 단골이 된 경우다. 건물 1층에는 수제비집, 2층에는 서예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날도 오전에 서예를 하고 점심 시간에 맞춰 식당에 내려왔다가 취재진을 만났다. 서예협회와 문인협회 등 경산 지역 예술인들이 자주 찾는 단골 식당이기도 하다.

아무리 식당과 가까워도 음식 맛이 없으면 단골의 발길을 붙잡기 힘들다. 이 식당의 주요 메뉴는 인삼도토리수제비. 한 그릇에 7천원이지만 안에 든 재료가 푸짐해 회원들은 "이렇게 팔아도 남는 게 있냐"고 사장에게 종종 묻는다. 수제비 안에 인삼과 은행, 대추, 잣, 버섯, 소고기 등 건강한 재료가 잔뜩 들어 있다. 부재료가 많아 수제비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박도일 원장은 "이 집 음식에는 육수에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어 수제비 한 그릇만 먹어도 보신한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꿩만두와 꿩만둣국도 손님들이 좋아하는 메뉴다. 꿩고기는 예전에 임금 상에 올랐던 귀한 고기다. 김지원(53) 씨는 "꿩만두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에 들어간 고기가 꿩인지 모를 정도로 꿩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특히 사장님이 눈속임하지 않고 정직하고 성의있게 음식을 만드는 것이 식당에 자주 오니 그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예원 회원들이 칭찬한 것은 음식 맛뿐 아니다. 2층 서예원은 별도 주차장이 없다. 식당 앞에 주차하거나 식당 전용 주차장에 차를 대도 조재철(49) 사장은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다. 오히려 "편하게 주차하라"며 서예원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최용호(51) 씨는 "식당 앞에 주차한 날은 여기 밥 먹으러 오는 날"이라며 "장사하면서 이것저것 따지고 계산하지 않는 사장님 성품이 맘에 들어 더 자주 오게 된다"며 껄껄 웃었다.

◆약전골목 찾아가 한약재 직접 골라

대원인삼도토리수제비가 경산에 문을 연 것은 올해 3월. 음식 맛이 영업 연수와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집에 오면 알 수 있다. 이 식당은 고령에 본점이 따로 있는 가맹점이다. 본점에서 수제비 재료를 공급받고, 육수에 들어가는 한약재는 조 사장이 대구 약전골목의 약재상을 찾아가 직접 고른다. 이날도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진한 인삼 냄새가 풍겼다. 조 사장은 "육수는 소등뼈와 오가피, 오미자, 구기자, 당귀, 천궁 등 10가지가 넘는 한약재를 넣고 5시간가량 우려낸다"며 "꿩고기는 본점이 거래하는 강원도의 한 업체와 계약을 맺어 주기적으로 공급받는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수십 년간 식당 장사를 해온 사람이 아니다. 원래 경산의 한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20년간 사무직으로 근무하다가 퇴직을 하며 요식업에 처음 뛰어들었다. 수많은 프랜차이즈 식당 가운데 왜 하필 수제비집이었을까. "요즘 음식에는 MSG(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가잖아요. 퇴직하면 요식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직장생활 할 때 고령에 갔다가 우연히 인삼도토리수제비를 먹었는데 그때 느낌이 좋았어요. 조미료 대신 각종 한약재와 소등뼈로 육수 맛을 낸 것도 그렇고요."

이 식당은 지난달 경산시 '모범음식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위생과 서비스, 맛 등 다양한 세부 기준을 충족해야 모범음식점이 될 수 있다. 조 사장은 "도라지무침과 마늘종, 깍두기 등 밑반찬도 직접 만들어 손님상에 올린다"며 "앞으로도 손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정직하고 성의있게 음식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삼도토리수제비(7천원), 꿩만둣국(7천원), 꿩만두(7천원), 나막스 조림(2만원), 인삼콩나물해장국(7천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규모: 60석

▷문의: 경산시 강변동로 116(중방동 339-15), 053)816-6667.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