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참여마당] 우리가족 이야기-남편의 요리

입력 2014-12-18 06:48:49

강경순(대구 북구 동천동)

마트에서 저녁찬거리를 보고 있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오늘 저녁밥은 자기가 한다는 거였다.

평소에 라면 한번 끓이지 않았기에 남편의 말에 의아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니 구수한 된장 냄새가 진동을 했다. 어떤 요리를 하는지는 몰라도 싱크대 위 도마 위에는 호박 양파 피망 등 갖가지 야채들이 수북이 썰어져 있었다.

남편이 분주하게 싱크대 앞을 오가더니 드디어 요리가 완성되었는지 한 상 차려 왔다. 상에는 고작 냄비 하나뿐이었다. 냄비 뚜껑을 열어보니 라면이다.

남편은 계룡산에서 개발한 청국장 스페셜 요리라며 연신 자랑을 한다. 시식을 해보니 라면에는 밥도 들어 있고 청국장 냄새도 나고, 암튼 스페셜 요리임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라면은 너무 꼬들하고 밥알도 설익어서 입안에 뱅뱅 돌고 간은 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여태껏 먹어본 음식 중에서 가장 맛없는 요리라면 이해가 될는지 모르겠다. 맛없는 음식 먹으면서 표정관리하느라 엄청 힘들었다.

남편이 자신의 요리에 대한 나의 평가를 물었다. 일언지하에 '굿!'이라고 말해버렸다.

불편한 진실보다는 착한 거짓이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게 내 나름의 지론이다.

남편이 만든 최초의 요리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어야 남편의 요리 솜씨가 날로 향상되고 발전할 것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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