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부와 권력의 세습

입력 2014-12-16 07:01:10

일본의 개화사상가 사쿠마 쇼잔(佐久間象山)에게 한 남자가 찾아왔다."선생님은 유명한 학자이시니 어떻게 하면 거부가 될 수 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쇼잔이"어렵지 않지. 한 다리를 들고 오줌을 누도록 해"라고 조언했다. 남자는 놀라 "그러면 마치 개와 같지 않느냐"고 반문했다."그렇소. 개입니다. 개가 되세요. 만일 인정(人情)을 알고 있으면 거부가 되지 못합니다."

부국강병을 주창한 개화사상가는 많이 가진 자의 속성을'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형'으로 본 것이다. 성경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듯, 예나 지금이나 부자들은 그야말로 밑바닥 수준의 인간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성공신화의 주인공조차 남의 것을 빼앗았다거나 지극히 이기적이고 남에게 인색하다는 비판이 따라다닌다. 스스로 부를 쌓아올린 창업자조차 이럴 진대, 가만히 앉아 부를 물려받은 2세, 3세는 어떨까. 시중에 떠도는 유머다.

교사가 한 학생에게 물었다."장래 희망이 무엇이지?"학생은 자신있게 답했다."재벌 2세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전혀 노력을 하지 않네요."한국에서 재벌2세라고 하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평생 떵떵거리며 먹고 놀 수 있는 사람들로 통한다. 요즘 말로는, 태어날 때부터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이 재벌 2세라고 정의할 수 있다.

얼마전 재벌 자제가 큰 사고를 쳐 시끄럽다. 재벌 자제들이 비행기는 물론이고 회사 자체를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종업원을 하인쯤으로 여기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부와 권력을 대대로 세습하면서 힘과 권력을 갖고 군림하는 특권계급이 한국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이다. 봉건군주나 다를바 없기에 위험성도 대단히 크다.

장 자크 루소가 세습군주제를 가리켜 '어린아이와 괴물, 바보천치들을 국가수반으로 앉히는 멍청한 제도'라고 비판한 말이 생각난다. 재벌 자제들에게 별다른 능력 검증없이 수만, 수십만 종업원의 생사를 좌우하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조선왕조 27왕중 성군으로 불릴 만한 분이 5명에 지나지 않는 것을 보면, 창업자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 후손까지 그러하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재벌에게 국가경제의 근간을 떠맡기고 있는 지금, '로또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에 대한 소유권'경영권 분리를 강제하는 법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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