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대학생오페라축제 '불협화음'

입력 2014-12-15 07:59:49

유럽·미국 모셔오느라 4억…차라리 지역 투자 늘려라

(재)대구오페라하우스(이하 오페라재단)가 내년 봄 실시하기로 한 대구국제대학생오페라축제(가칭)를 놓고 지역 음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페라재단은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원과 음대 학생들을 초청해 대구지역 음악대학 학생들과의 교류의 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재단은 "현재 이탈리아 베르디음악원과, 독일 빈 국립음대의 초청은 확정됐으며, 미국 줄리어드음악원 측과도 초청 문제를 논의 중"이라며 "지역 대학생들의 기량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형식만 놓고 보면 그럴듯한 계획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우리 지역 학생들보다는 외국 학생들을 초청해 '대접'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음악대학 관계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페라재단이 계획한 축제는 '사랑의 묘약'이라는 하나의 오페라 작품을 외국 학교는 제각각 1회씩 공연을 하고, 지역에서는 경북대와 계명대, 영남대, 대구가톨릭대가 두 팀을 이뤄 공연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한 대학의 교수는 "마치 외국 학생 초청 행사에 지역 대학들이 들러리를 서는 모양새 같아 흔쾌히 내키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한 교수는 "사실 대학오페라축제는 대학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의 기량을 높인다는 취지인데 이런 식으로 똑같은 작품을 출연진만 달리해 극명하게 실력이 드러나는 것은 너무 부담스럽다"면서 "더욱이 베르디나 줄리어드 등은 이미 대학 교육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국내 대학생들과의 실력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점을 간과한 계획"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음악원 초청에 집착한 나머지 너무 과도한 예산을 사용한다는 지적도 불거지고 있다. 오페라재단은 이 축제 예산으로 4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외국 학생들의 항공료와 숙박료에 사용된다. 한 음악인은 "국제적인 교류의 계기가 된다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낭비할 예산이 있으면 차라리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 더 투자를 해 주는 것이 대구 오페라계의 발전을 위해 더 나은 전략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페라재단 관계자는 "아직까지 외국의 학생들을 초청해 대학오페라축제를 개최한다는 사실 말고는 형식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는 상태"라며 "각 대학의 협조 없이는 축제가 열릴 수 없는 만큼 보다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최대한 지역 대학의 입장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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