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년 전 구석기 문명 태동지 '대구' 밑줄 쫙

입력 2014-12-13 07:00:00

대구 고대사 산책/한상갑 지음/매일신문사 펴냄

대구 고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대구 고대사 산책'은 대구에서 발굴된 다양한 유적과 유물을 통해 대구의 역사'문화와 기술의 전래, 고대의 교역망, 전쟁, 고대인의 생활모습, 신앙생활, 한일 역사논쟁 등을 두루 살피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 고대사는 청동기시대로 한정돼 있었다. 역사가 그다지 오래된 도시는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각종 발견과 발굴이 진행되면서 대구는 점점 더 오래된 문화도시의 위용을 드러냈다. 1998년 서변동과 상동에서 빗살무늬토기가 출토되면서 대구의 역사는 5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대구가 웬만한 도시와 어깨를 견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였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런데 2006년 대구 월성동에서 구석기 유적이 발견되면서 대구는 다른 도시와 어깨를 견주는 정도를 넘어 한반도 고대 문명도시 중의 하나, 역사의 출발지로 위상을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대구에 신석기 문화의 존재를 처음 알려주었던 서변동 빗살무늬토기는 즐문토기의 유입 경로와 대구 이후 전파 과정을 짐작하게 한다. 이 즐문토기로 볼 때 대구가 남한 신석기 문화의 허브였으며, 일본으로 즐문토기를 전파하는 터미널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국보급 유물인 '안테나식 동검'은 스키토 시베리아에 기원을 두고 있는 북방문화가 한반도에 전래되는 경로를 보여준다. 특히 길이 32.2㎝, 너비 3㎝, 칼자루 12.5㎝인 이 작은 동검엔 유라시아의 청동기 코드가 녹아있는데, 이는 초기 철기시대 대구와 유라시아 사이에 국제적인 교류망이 형성되어 있음을 입증한다.

대구 성산리 고분에서 발견된 편두 성형은 삼국시대 미용, 성형, 공동체의 관습을 보여준다. 편두는 머리 성형의 일종으로 돌이나 나무로 머리를 눌러 납작하게 만드는 의식으로 성형이나 의술이라기보다 공동체적 관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월성동에서 나온 5㎝ 크기의 좀돌날은 북방대륙에서 꽃핀 구석기 문화가 대구에도 유입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으로 구석기 시대에 러시아-시베리아-몽골-한반도를 연결하는 문화벨트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좀돌날은 후기 구석기를 대표하는 유물이다.

매천동에서 나온 청동기 시대 절굿공이는 찧고 빻는 방앗간이 등장했음을 보여주고, 산격동 연암산에서 발견된 석기 제작장은 전문수공업이 집단적으로 등장했음을 알려준다. 또 불로동 고분군은 대구에 거대한 고분왕국이 존재했음을 증명하고, 진천동에서 발견된 제단과 동심원, 석관묘는 청동기 시대 원시 신앙의 모습을 보여주는 훌륭한 증거다. 책은 이처럼 다양한 유적과 유물을 타고 고대 대구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이 책은 2014년 1월부터 7월 5일까지 27회에 걸쳐 매일신문에 게재한 시리즈를 묶은 것으로 총 27장으로 구성돼 있다. 지은이 한상갑은 대학에서 국사학을 전공했으며, 매일신문 편집부 기자로 재직하고 있다. 249쪽.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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