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

입력 2014-12-09 07:57:53

우리 4인방은 짝수 달 첫째 목요일에 만난다. 그래서 모임 명이 짝목회다. 이 모임의 키워드는 '재미와 유익'이다. 처음 둘이 간헐적으로 만나다가 각자 모시고 싶은 분을 한 분씩 찾아 4인방 모임을 만들자고 했다. 한 날은 피자집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만약 자신의 생업을 일상에서 지우면 무슨 일을 주로 대화소재로 내세울까?'라는 주제를 떠올렸다.

 요즘 지중해 연안 음악에 몰입한 L은 음악DJ가 되겠다고 했다. 대학입학 시절 2지망으로 원하지 않았던 학과에 덜컥 합격 후 L은 마음을 잡지 못했다. 공부를 팽개치고 부산 해운대로 달려가 석 달을 막노동하다가 다시 음악다방에서 음반DJ를 몇 달 하다가 아버지에게 붙잡혀 군대 입대 후 학교로 돌아왔단다. 현재 공학박사인 L은 클래식기타, 색소폰, 플루트도 잘 분다. 최근 그는 우리 온라인 공유 방에 멋진 음악파일을 가끔씩 올리는 DJ 역할을 맡았다.

음악이론을 전공한 단아한 여성 L은 요리와 꽃 가꾸기를 즐겨 한다. 꽃기린을 키웠다. 작은 꽃기린을 사와 아주 커다란 화분에 심었다. "무슨 화분이 어울리지 않게 그리 커?" 하며 다들 실소했단다. L은 물을 큰 화분 가장자리에만 빙빙 돌리며 주었다. 그 후 뿌리는 물을 찾아 화분 가장자리까지 애써 뻗쳤고 그 덕에 나무는 아주 높이 자라게 되었다. 그 크던 화분은 이제 자그마해졌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시련을 먹고 더 성장한단다.

행정학을 전공한 P는 도시행정 전문가로 사회의 여러 이슈에 대해 폭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또한 독서광으로 가끔 모임 때 책을 4권 사온다. 그러면 우리는 가슴이 설레 온다. 각자 가장 읽고픈 책을 골라 읽은 후 다음 모임 때 돌려본다. 나는 가끔 자작시를 온라인 공유 방에 올린다. 이렇게 서로 다름 때문에 배우고, 취미와 경험을 공유한다.

우리의 관심사 중 하나는 자원봉사다. 음대교수인 L은 서울출신이라 고운 목소리를 활용해 맹인들에게 '책 읽어주는 여자'로 봉사하고 있다. 다재다능한 DJ역 L은 공부에 열성인 결손가정 학생을 소개받아 영어 선생 겸 멘토로 봉사한다. 별 재주가 없는 나는 걱정이다. 언젠가 청소년 대상으로 내 시 경험을 공유하거나, 설거지 등 몸으로 때우는 일로 봉사할지 모르겠다. 생업을 통해 열심히 사회에 기여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생업에 종사해 온 시간 외에도 자투리 시간들이 늘 널려 있다. 봉사만큼 타인은 물론,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도 없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게 있다. 하루 3시간 10년 동안 어떤 일을 꾸준히 하면 큰 성취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는 못해도 하루 한 시간씩이라도 시간을 쪼개어 '재미와 유익'을 준비해 간다면 우리 삶은 보다 풍요로워지리라.

신경섭 시인'대구 수성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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