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 파문과 관련해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한 것은 부적절했다. 야당의 주장대로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라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문건 유출을 국기 문란 행위로 규정하고 사태를 조기에 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도 야당은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민은 유출된 문건에 적시된 정윤회 씨와 청와대 '문고리 권력'의 국정 농단 의혹이 사실인지 아니면 박 대통령의 말대로 '찌라시'정보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 관련 당사자들이 저마다 문건 내용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지만 현재로선 그 말들은 그들의 주장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검찰 수사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는 일이다. 박 대통령도 "여러 곳에서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런 일방적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봤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자세는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는 자세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이번 문건 파문의 당사자의 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비선 실세들의 국정 개입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예단을 갖고 말하면 안 된다. 사실 여부는 그야말로 수사를 통해 밝혀내면 될 일이다. 수사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문건이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는 조사하면 금방 드러난다. 문건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의 규명 여부 역시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입을 대서는 안 된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2.7%가 비선 개입을 믿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찌라시' 발언은 박 대통령의 본뜻과 상관없이 검찰에 수사 방향을 지시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비칠 수 있다. 이는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하고 답답하겠지만 지금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해 국민의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은 삼가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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