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제작된 이두용 감독의 드라마 영화 '청송으로 가는 길'은 절도로 일생을 보낸 한 노인의 쓸쓸한 말로를 그렸다. 실제 전과 38범으로 교도소에서 외롭게 죽어간 노인의 삶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주인공 역에 걸레스님 중광을 캐스팅해 화제를 뿌렸다. 노인은 천성이 악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절도를 반복하다 보니 인생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낸 것이다.
출소 후 얼마 지나지도 않아 다시 염소를 훔친 노인은 보호감호 10년을 구형받았다. 1980년대 5공 신군부가 만든 청송보호감호소로 이송될 처지에 놓이게 되자 노인은 "그 무서운 곳으로 가기 싫다"고 버티다가 다른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영화를 두고 청송 사람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지역 이미지를 망친다며 영화 제목을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영화 제목을 바꾸지 못했지만, 교도소 이름은 기어이 '청송'에서 '경북 북부'로 바꿨다. 악명 높은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청송교도소와 청송보호감호소가 산자수명하고 인심이 순후한 청송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다는 인식에서였다. '청송 출신'이라고 하면, '청송교도소에서 출소한 전과자'로 오해할 소지도 있었으니 오죽했으랴.
대도 조세형과 탈옥수 신창원은 물론 김길태'조두순'오원춘 등 희대의 살인범과 성폭행범들이 머물다 갔으니, 청송 출향인까지 교도소 명칭 변경 요구에 발벗고 나선 것은 당연지사였다. 교도소 이름을 바꾼 지 불과 4년 만에 이번에는 청송에 '교도소를 더 지어달라'는 운동이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이미 경북 북부 제1,2,3 교도소와 경북직업훈련교도소 등 4개의 교도소가 있는 청송 진보지역 주민들이 '청송 교정시설 유치 추진위원회'를 발족한 가운데 다섯 번째 교도소 유치에 적극 나선 것이다.
그 이유는 그동안 교도소의 존재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교정시설 직원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교도소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진 것도 한 원인이다. 폐교가 속출하는 다른 농촌지역과는 달리 학생이 줄지 않고 슈퍼와 음식점에 활기가 가득하니 아예 여자교도소까지 유치해 '종합 교정타운'을 꾸렸으면 하는 의중까지 내비치고 있다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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