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장관 "박 대통령이 문체부 인사 직접 거론"

입력 2014-12-06 09:18:28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 문체부 담당국장 쪽지도 논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 논란이 일파만파다.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박 대통령이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앞에 두고 문체부 인사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는 의혹을 두고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일부 언론은 박 대통령이 유 전 장관에게 간부 두 명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했고, 곧 두 사람이 교체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유 전 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대충 정확한 정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혹이 문제가 된 것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 씨의 딸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북 상주의 한 승마대회에서 정 씨의 딸이 준우승했다. 경찰은 대회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나왔다며 조사에 착수했고, 문체부도 승마협회를 조사했다. 그 배경에 정 씨가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정의당 등 야권은 유 전 장관이 정확한 정황이라고 밝힌 만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위원회 차원의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승마협회 별도 감사) 보고서가 있는가. 보고서 내용대로 인사가 있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체육계의 적폐가 해소되지 않고 있고, 태권도 편파판정 이후 다양한 민원과 투서가 있었는데 제대로 처리 안 돼 대통령께서 개선 방안을 지시했다. 전임 장관이 한 말이, 그것만이 진실이라고 보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문체부 담당국장이 유 전 장관 발언에 대해 '여야의 싸움으로 몰고 가야 한다'는 메모를 김종 차관에게 전달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설훈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은 "행정부가 국회를 얼마나 무시하는지 보여주는 중차대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국장과 김 장관이 모두 사과하고 문책 인사를 약속한 뒤 사태가 일단락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한편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자신에게 직접 국'과장 교체를 지시했다는 유 전 장관의 주장을 해명했다. 당시 인사 조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보고 결과'를 토대로 해당 부처에 적극적인 적폐 해소를 주문한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수첩을 꺼내 담당 국'과장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거명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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