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남매 집안 이야기 묶으니 '우리집 족보'
'(아버지는) 글재주가 남달라 동네 제문을 도맡아 써주셨고, 초등학교 학력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수학을 독학하여 누나를 직접 가르치기도 하셨다. 마을의 누구보다 먼저 기계농을 도입하여 선진농업을 먼저 시작하였고 농기계 수리점이 없는 시골에서 경운기를 분해하여 설계도를 그리신 후 고장 난 경운기를 몸소 수리하셨다.'
위 글은 경주고 교사를 지낸 이동흔 씨를 비롯해 그의 5남 2녀, 7남매 가정의 이야기를 묶은'신(新) 족보'의 일부다. 7가정에서 각각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부모님 이야기, 자녀들 이야기가 다 섞여 들어 있다. 필진도 아들, 딸, 며느리, 사위가 망라돼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문중에서 족보를 관리한다. 한 세대를 잡아 작성하기 때문에 30년 혹은 50년 주기로 작성하며, 시조부터 대수(代數)에 따라 파별로 갑'을'병으로 나누어 기재하고 같은 대수일 경우 항렬 순서대로 적는다. 벼슬을 했거나 유명한 학자나 효자 등에 대해서는 행적을 추가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도식처럼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 족보의 대표 집필자인 이동흔 씨는 "도식처럼 대수를 기록하기보다는 집안 어른들이 살아오신 사람살이를 기록함으로써 집안의 내력이나 가풍을 후손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한다.
공동 지은이로 의사이자 대구 문협 수석부회장인 이동민 씨는 "내가 어릴 때 돌아가신 아버지는 생시에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막연할 뿐이다. 이제 형님들마저 세상을 떠나시면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조카들 역시 집안내력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형제'자매들과 이미 작고하신 아버지 삶의 일면이나마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에 새로운 형태의 족보를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 기존의 족보로는 생몰연대와 공직 이력 정도밖에 알 수 없지만 이 책에는 이야기 중심으로 그 집안 내력을 잘 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신세대들이 볼 수 있는 족보라고 강조했다.
지은이들은 "이처럼 새로운 족보를 만들게 된 것이 처음이고, 미리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 부모님에 대한 자료조차 부족하다. 그러나 2집과 3집에 걸쳐 내려가다 보면 집안의 가풍과 내력을 알 수 있는 좋은 기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책 '우리 집안 이야기'는 집안마다 모을 수 있는 자료의 한계로 어떤 필자는 사진과 함께 다소 상세한 설명도 덧붙였고, 또 어떤 필자는 부모의 출생과 사망에 이르기까지 사건을 연대기적으로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동촌 옛집과 아버지'처럼 아버지와 추억이 깃든 옛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생활모습과 버릇, 경제적 어려움과 직업상의 힘든 점을 비롯해 자식들이 아직 어렸던 시절 자신의 부부가 어떤 생활을 했는지 등을 기록하고 있어 집안 후손들에게는 훌륭한 집안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96쪽, 비매품.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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