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시대의 도래로 인해 전통적인 도서관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게임, 영상물 등에 대한 관심에 비해 독서율은 떨어지는 등 여러 가지 위협요인도 가지고 있다. 또 IT 정보 기술의 발달 및 편리한 인터넷의 생활화 등으로 도서관 방문 이용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도 나타나는 중이다. 이 때문에 여러 가지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이용자 수의 확보를 위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복합적인 지역교육의 장으로서 이용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기능, 문화적인 공간 제공 등 종합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화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최근 정부의 도서관 정책 역시 생활밀착형 도서관, 도서관의 복합기능 강화 등의 방향으로 전환돼 주민과 더욱 가까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기조는 최근 국토교통부의 '도시'군 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도서관 등 도시기반시설에 의원'치과의원'극장'어린이집 등 지역주민을 위한 복합기능을 수행하는 건물의 설치가 허용됨으로써 더욱더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런데 이러한 도서관의 역할 변화와 정책적 기조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단 대규모 도립공공도서관을 짓고 보자는 구태(舊態)가 경상북도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경북도는 내년에 도청 신도시로 이전을 한다. 이곳에 총사업비 345억2천만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도립공공도서관을 건립할 계획을 하고 있다.
현재 경북도내 공공도서관은 모두 62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는 17개 광역 시'도 중 서울과 경기지역을 제외하고 가장 많다. 특히 도청 신도시 인접지역인 안동에 4개의 공공도서관이 현재 운영 중이고, 예천에도 1개의 공공도서관이 이미 운영 중이다.
도청 신도시 이주계획을 살펴보면 2027년이 되어서야 인구 10만 명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미 이전이 1년 늦춰졌고 함께 이전해야 하는 유관기관 등의 이전도 차질을 빚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경북도는 대규모 도립공공도서관 건립을 밀어붙이고 있다.
상황이 변화되고, 도서관의 복합기능과 소규모화를 통한 생활밀착형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대변신과 확대가 요구되는 이 상황에서도 오로지 이미 계획된 대로 앞도 옆도 살피지 않고 그냥 가겠다는 심산이다. 대규모 공공시설이 막대한 예산으로 호화롭게 지어진다면 수 년 동안 제대로 활용도 되지 못한 채 해마다 공사비에 대한 이자와 운영비로 수 십억원씩 도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도민들이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공공도서관 건물은 단순한 건축물의 건립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복합기능 및 역할을 담는 건축으로 나아가야 한다. 도서관 건립을 위해서는 관계법령 및 다양한 도시계획 및 설계 등의 제 규정과 인구현황, 그리고 이용자의 수요 파악 등이 치밀하게 전제되어야 한다. 작은도서관 활성화와 공공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도록 도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모범을 보이고 지도해야 한다.
그러나 경북도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너무나 둔감하다. 도서관은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도민들이 제대로 활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도서관 따로, 박물관 따로, 공연장 따로 식의 단편적인 시각과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혁신과 창조를 통해 도청 신도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고 시대적 변화에 맞는 도서관 문화를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신세계를 제대로 접목시키고 도청 신도시 전체의 로드맵을 재검토해야 한다. 무턱대고 대규모 도립공공도서관을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더 큰 혜안과 결단이 필요하다.
이상구/경북도의회 도의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