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야외서 '꽁꽁 얼음밥'…실내 무료급식소 많았으면

입력 2014-12-04 10:13:02

지역 48곳 대부분 소규모

3일 낮 대구 두류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이동 밥차에서 제공받은 급식을 야외 테이블에 앉아 먹고 있다. 동파 방지를 위해 수돗물 공급이 12월 중순 이후부터 2월 말까지 차단돼 야외 급식 또한 중단된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3일 낮 대구 두류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이동 밥차에서 제공받은 급식을 야외 테이블에 앉아 먹고 있다. 동파 방지를 위해 수돗물 공급이 12월 중순 이후부터 2월 말까지 차단돼 야외 급식 또한 중단된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일 낮 12시 30분쯤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는 무료급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뚝 떨어진 기온과 강한 바람 속에 노인 40여 명이 잔뜩 웅크린 채 배식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을 자주 찾는 서모(74) 씨는 밥을 받고서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한술 떴다. 그는 "한겨울이 되면 국물이 금세 식는데다 추위에 떨며 밥을 먹어야 하다 보니 밥 한 끼 먹는 일도 서글프다"고 했다.

무료급식을 이용하는 경제적 약자를 위해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실내 무료급식소 운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대구에는 종교단체, 복지단체 등이 운영하는 실내 무료급식소가 48곳 있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아 식탁과 싱크대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구순임 레오니아 '요셉의 집' 책임수녀는 "요셉의 집은 구청과 성심시녀회의 지원을 받고 있어 그나마 식사할 수 있는 자리(96석)라도 있다. 하지만 다른 실내 급식소들은 자리가 부족해 바닥이나 부엌에 앉아 밥을 먹어야 하는 곳이 많다"고 했다. 대구역 인근에서 실외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김무근 노숙인무료급식지원센터장은 "우리 노상 급식소는 따뜻할 때 300여 명이 찾지만, 겨울이면 상당수가 추위를 피해 실내 급식소로 간다"고 했다.

대구쪽방상담소가 올 2월 동대구역 인근 무료급식소 이용자 150여 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기존 무료급식소가 동대구역 환승센터에 밀려 사라지면 어떤 형태의 급식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7%가 비나 눈을 피할 수 있는 실내 급식을 원했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쪽방상담소 조사 결과, 동대구역 급식소를 이용하는 사람의 80%가 부양의무제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탈락한 노인들"이라며 "복지정책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분들이 추위에 떨고, 지나가는 사람의 구경거리로 비치지 않게 대구시가 나서 실내 급식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빈곤네트워크는 대구역과 동대구역 주변을 실내 무료급식소의 최적지로 꼽고 있다. 노숙인과 쪽방 거주자의 70%가 대구역과 동대구역 인근에 사는데다, 도시철도 이용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현시웅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 소장은 "서울시는 서울역 인근 건물을 사들여 무료급식소를 마련했고, 경기도는 수원역 근처 코레일 역사 부지를 빌려 민간위탁으로 급식소를 운영 중이다"며 "대구시가 실내 무료급식소를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한교 대구시 복지정책관실 생활보장 담당 사무관은 "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은 기초생활수급이나 긴급구제 같은 공공부조에 우선을 두고 있다. 무료급식소의 경우 재정 투입보다는 독지가를 찾아 급식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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