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간 격려 팬·구단에 감사"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33)가 결국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벗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2000년부터 삼성에서만 15년을 뛴 배영수의 야구 인생 2막은 한화 이글스에서 열리게 됐다.
배영수는 타 구단 협상 마감일인 3일 한화와 계약기간 3년에 총액 21억5000만원(계약금 5억원, 연봉 5억5천만원)의 조건에 사인했다. 시즌 팀 평균자책점(6.35) 최하위였던 한화는 이로써 좌완 권혁(31)과 우완 송은범(30) 등 FA 투수 3명을 영입, 마운드 보강에 성공했다. 특히 현역 최다승(124승 98패 3세이브 6홀드, 통산 평균자책점 4.21) 투수인 배영수의 관록과 경험은 한화의 젊은 선수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배영수의 연봉만 놓고 보면 올해 삼성에서 받은 금액과 같다. 배영수는 2013년 14승 4패로 리그 다승왕을 차지한 뒤 전년 4억5천만원보다 22.2% 인상된 5억5천만원을 받았다. 배영수가 삼성을 떠난 이유가 단순히 금액 차이만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배영수는 계약 직후 한화 구단을 통해 "새로운 곳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며 "초심으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영수는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 마감일이었던 지난달 26일 밤 삼성과 마지막으로 만났다. 구체적인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금액과 계약 기간에서 양측의 격차가 컸다는 후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협상이 결렬되면서 배영수가 섭섭해하기는 했지만 구단과 마찰을 빚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양측의 눈높이 차이는 삼성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 삼성은 전성기가 지났다고 볼 수 있는 배영수와 다년 계약을 할 경우 유망주 육성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물론 기대 성적보다 몸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렸다. 삼성 측은 "한화가 밝힌 계약 금액보다는 분명히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으나 과거 에이스 역할을 해온 배영수로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영수는 2009년 1승12패의 부진을 딛고 2010년과 2011년 6승8패, 2012년 12승8패, 2013년 14승4패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8승 6패와 평균자책점 5.45를 기록하며 평범한 한 해를 보냈다. 한국시리즈에서 선발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은 그의 팀 내 위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삼성은 최근 매일신문에 배영수를 응원하는 팬들의 광고가 실린 뒤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다. 프로의 생리대로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며 배영수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붙잡지 않았다는 비판 여론은 부담스러웠다. 삼성은 결국 4일부터 다시 시작하는 3차 협상 기간에 배영수와 만날 계획을 세웠지만 끝내 무위로 돌아갔다. 삼성과 한화, 어느 쪽의 판단이 옳았는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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