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3~5m의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구시와 경산시로 나뉜 지경마을의 일부 주민들이 물을 구하지 못해 목이 타고 있다. 대구 동구에 속한 주민들은 상수도가 나오지만, 경산 와촌면에 속한 주민들은 지하수를 써 왔는데 얼마 전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모터가 고장 나 '물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와촌면 지경마을 6가구 주민들은 최근 대구 동구청과 경산시청에 상수도 설치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지경마을은 애꿎게도 마을을 가로지르는 지경길이 대구와 경산의 행정구역을 나누는 경계가 되면서 서로 다른 주소를 갖게 됐다.
마을 공동 관정을 뚫어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쓰던 지경마을 주민들은 2012년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지경길을 따라 상수도관을 묻은 뒤 행정구역이 대구에 속한 40여 가구에 수돗물을 공급하면서 물 환경이 달라졌다. 상수도가 도입되자 동구청은 공동 관정의 모터 수리와 수질측정 등을 중단했다.
상수도 혜택과 구청의 공동 관정 관리까지 받지 못하게 된 와촌면 주민 일부는 개인 관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일부는 그대로 공동 관정을 썼다. 지난해 공동 관정 모터가 고장 나 주민들이 모금한 돈으로 수리했으나 얼마 전 또 고장 나 지금은 수돗물이 나오는 마을에서 물을 길어 쓰거나 대야와 바구니에 빗물을 받아 사용하고 있다. 이곳 주민 서미애(74) 씨는 "빗물로 밥을 해먹고 있다. 설거지와 집안의 수세식 화장실 이용도 힘들고, 빨래하기 어렵기 때문에 옷도 제때 갈아입지 못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대구의 상수도관에서 물을 끌어 쓸 수 있도록 대구시와 경산시에 협조를 구했으나 행정구역이 달라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급수과 관계자는 "대구 상수도관이 행정 경계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배수지까지 연결돼 있는 만큼 경산시가 이 구간에 상수도관을 설치하면 대구의 수돗물을 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에 경산시 상하수도과 관계자는 "원관(지름 50㎜ 이상) 설치비는 시가 부담하고 원관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관의 설치비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주민 집 위치와 거리를 파악해 합리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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