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생명과학과 영어 두 과목에서 출제 오류를 인정했다. 그동안 언론에서는 평가원을 질타하며 '수능 출제 오류 왜 생기나'와 같은 제목으로 인적 구성을 새로 해야 한다, EBS 연계를 없애야 한다는 등의 대책을 연일 보도했다. 언론은 어떤 일이든 훈수를 두는 입장에 있으니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그래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언론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지만, 다양한 이해가 걸린 문제를 특정인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대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다.
올바른 훈수의 기본은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통한 문제점 파악, 현재보다 나은 대안이다. 그런데 수능 출제 본부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보안 사항이라고 하니까 원인 분석부터가 종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언론에서 제시하는 대안의 경우 '출제와 검토에 특정 대학 출신이 편중되지 않도록 하면 오류가 없어지나?' 'EBS 연계를 하지 않으면 오류가 없어지나?'라는 간단한 반문만 해도 목소리가 줄어든다.
어느 시험에서든 출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철통 같은 보안 속에, 정해진 기한 안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품격 있는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제일 큰 출제 오류는 문제 유출과 기한을 못 지키는 것이다.)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를 하면서도 느끼는 것이 그 상황에 맞는 순발력과 창의성을 갖춘 선생님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의 표현 하나를 가지고도 밤새워 토론을 하다 보면 갈등이 생길 수 있는데, 자존심을 버리고 그 상황을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선생님 수는 더 적어진다. 그렇게 능력이 검증된 인원들 중에는 장기간 학교와 가정을 비울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섭외는 더욱 어렵다. 결국 기계적으로 출신 대학을 안배하는 것은 실제 출제 상황에서는 오히려 대못과 같은 규제가 된다. 그리고 EBS 연계를 폐지했을 때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 증가 문제를 생각하면 EBS 연계 폐지라는 대안도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언론 보도를 보면 때론 수능에서만 최근 많아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현재 수능이 다른 시험이나 예전 수능에 비해 이의제기 제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현재의 잣대로 보면 다른 시험이나 옛날 문제에는 오류가 더 많다.) 오류를 줄일 대책을 세우라고 말로만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거기에서 나오는 결론은 없어도 되는 형식적인 규제들이다. 사실 수능 출제 오류가 왜 생기느냐고 물으면 답은 간단하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을 닦달하는 방향으로만 대책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강원도 깊은 산골 땅값 싼 곳에 도서관과 슈퍼컴퓨터가 갖춰져 있는, 출제에 최적화된 시설을 짓는 것과 같은, 사람을 지원하는 방향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민송기(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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