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도로 행복한 교통문화] 이웃과의 주차전쟁(상)

입력 2014-12-01 07:29:46

"차 빼" "못 빼"…폭력·살인까지 부르는 이웃 간 '주차 다툼'

27일 대구 남구 이천동 영선초등학교 일대 주택가 골목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27일 대구 남구 이천동 영선초등학교 일대 주택가 골목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자동차가 늘고 있지만 이를 세워둘 곳은 부족하다. 이 탓에 주택가와 도로변 등은 불법 주정차가 극성이다. 대구에서만 해마다 30만~40만 대가 불법 주정차 단속에 적발되지만, 주차 사정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주차 공간을 차지하려 이웃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은 다반사가 됐다. 운행 중인 자동차의 안전문제만큼 운행하지 않는 차를 세워두는 '주차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주차 자리다툼 '일상사'

지난달 11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서 골목길 주차공간을 두고 이웃끼리 갈등을 빚던 끝에 김모(42) 씨가 최모(39) 씨 자매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일이 발생했다. 최 씨 자매의 차가 김 씨의 대문을 가린다는 것이 이유였다. 평소에도 주차문제로 자주 다투었던 이들이 사는 곳은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이 밀집해 평소에 주차공간이 부족했다.

차 댈 곳을 차지하기 위한 이웃 간의 다툼은 대구도 예외가 아니다. 주차를 두고 승강이가 벌어지고 심할 경우 폭력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한다.

올해 2월 12일 오후 9시 50분쯤 대구 북구 산격동 주택가에서 주차문제가 빌미가 돼 폭력으로 번졌다. 주부 A(54) 씨가 화물차 운전자 B(52) 씨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쳤다. B씨는 저녁 시간이라 차댈 곳이 없자 A씨의 상가 건물 앞에 주차한 것이 화근이었다. A씨는 자신의 건물 앞에 화물차를 보자 화가 나 전화를 걸어 "차를 옮겨 달라"고 했고, B씨가 차로 돌아왔다. 이후 말싸움은 폭력으로 이어졌고, 결국 경찰이 출동하기에 이르렀다. 낡은 건물이 많은 이곳 주변은 주차공간이 부족해 평소에도 주차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북구의 한 대학가에선 올해 1월 18일 오후 9시 35분쯤 주차 때문에 주먹 다툼이 벌어진 사례도 있다. 차를 세워두는 문제로 변모(29) 씨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 권모(40) 씨에게 욕설을 퍼붓자, 권 씨의 아들인 도모(19) 씨가 화가 나 변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이에 변 씨도 폭력을 휘둘렀다. 변 씨와 도 씨는 결국 쌍방폭행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주택가 곳곳에 파고든 불법주차

지난달 21일 오후 6시쯤 남구 이천동 영선초교와 교대역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인근 도로(400여 m)는 주차된 차들로 몸살을 앓았다. 아파트 단지를 오가는 차들이 많은 데다 주차가 금지된 어린이보호구역 도로에 승용차는 물론 화물차와 굴착기, 사다리차 등이 세워져 혼잡을 부추겼다. 도로 양쪽에 주차한 차들 탓에 교행이 힘들었고, 마주 보던 차들은 서로 먼저 진입했다며 한참을 버티는 등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곳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도로 너비가 5~10m로 좁다. 구불구불한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불규칙적으로 반복된다. 이 때문에 도로변 주차 공간이 더욱 협소하고, 주차된 차를 피해 운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큰 곳이다.

특히 빌라 등 원룸형 다가구주택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어 주차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빌라는 법적으로 가구당 주차대수가 0.6대에 불과해 실제 세입자들의 주차 수요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이곳의 한 빌라는 12가구가 살지만 1층의 주차공간은 바닥에 주차 선도 제대로 그어져 있지 않았다. 일부는 공간이 좁아 실제 주차할 수 있는 차량은 5, 6대에 불과했다.

같은 날 오후 4시쯤 북구 구암동 구암공원 인근 도로(왕복 4차로). 이곳 주변에는 공원과 초'중학교, 아파트 단지, 상가 건물 등이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공원 쪽 도로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레일러와 25t 화물차가 주차돼 있었다. 밤이 되면 대형 화물차의 주차가 더 심해진다. 이 화물차들은 오전 2~4시 엔진 예열을 위해 시동을 거는데, 이 소음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잠을 설친다고 호소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입구 쪽에는 노란색 학원버스 4대가 줄지어 있었다. '주차금지'라고 쓰인 화분을 세워뒀지만, 소용이 없었다. 공원 남서쪽 도로에는 양옆으로 승용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곳 주변은 아파트 단지와 공원, 학교가 붙어 있어서 학생과 노인들이 자주 오간다. 이들은 불법주차한 차 사이를 빠져나와 도로를 건넜고, 속도를 높여 1차로를 달리던 차가 이를 보고 급하게 속도를 줄이는 광경이 연출됐다.

◆불법 주정차 적발 지난해 40만 건

주택가 곳곳에 불법 주정차가 넘쳐나니 이를 단속한 건수도 상당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불법 주정차 단속 사례는 40만8천434건에 이른다. 이는 같은 해 대구에 등록된 전체 자동차 103만9천225대의 39%에 이르고, 2012년의 단속건수(38만6천126건)보다 5.8%(2만2천308건)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의 과태료 부과 건수와 액수도 37만1천621건과 137억2천500만원으로, 2012년 과태료 부과 건수(34만5천269건)와 액수(128억3천200만원)에 비해 각각 7.6%와 7.0% 증가했다.

구별로 보면 중구가 가장 많은 7만4천122건을 적발했고, 과태료 부과 건수와 액수도 7만4천75건과 26억8천900만원으로 단연 1위다. 다음은 ▷북구 7만544건(과태료 24억4천300만원) ▷달서구 6만9천956건(17억8천100만원) ▷수성구 6만4천163건(22억5천5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단속된 유형은 지난해 40만8천434건 중 이동식 폐쇄회로TV(CCTV)가 67.8%(27만7천58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고정식 CCTV 19.2%(7만8천212건) ▷단속 인력 13%(5만3천164건) 등으로 나타났다.

불법 주정차는 올해도 9월 말 기준으로 31만9천392건이 단속돼 과태료 104억1천700만원(29만2천370건)이 부과됐다.

김병곤 대구시 택시운영과장은 "단독주택 주변의 주차장 부족으로 좁은 도로 곳곳에 차량 흐름을 방해하는 불법 주정차가 많다"며 "시내버스 탑재형 적발시스템 등 이동식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내 집 주차장 갖기 사업을 추진하고 주차빌딩을 지을 때 융자를 받으면 이에 대한 이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