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 사이비 사이버은행 판치는 동안 당국은 뭐 했나

입력 2014-11-28 11:11:09

불법 전자금융업이 판을 치고 있다. 금융당국의 심사와 금융업 허가 등 아무런 절차도 거치지 않은 불법 금융거래가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만한 일이다. 아무런 제약이 없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사설 금융거래를 하다 큰 재산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돈세탁과 범죄수익 은닉처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이 그동안 왜 손 놓고 있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27일 불법으로 전자금융거래 시스템을 구축해 '현금카드'를 발행하고 전국에 1천600곳이 넘는 가맹점을 모아 수수료를 챙긴 불법 전자금융업체 4곳과 신용불량자'보이스피싱 사기범 등 14만여 명에게 이를 판매한 유통업자를 적발해 10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2012년 2월부터 불법으로 사이버머니 충전과 이체, 출금 등 서비스를 하고 신용불량자와 다단계업자,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현금카드를 판매한 혐의다. 이런 허술한 수법으로 금융기관 노릇을 하는 동안 197억 원에서 크게는 1조 200억 원의 돈이 오갔다고 한다.

이들이 제공한 서비스는 은행예금과 달리 누구나 쉽게 인터넷으로 가입하고 인증 절차 없이 예금'송금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몰렸다. 문제는 온라인 거래시스템이 부실해 입출금 사고가 잦고, 해킹에 쉽게 노출돼 최근 12억 원에 달하는 예금이 몰래 새나가는 등 피해를 입기도 했다. 게다가 신분 확인절차 없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어 자금추적이 어렵고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인터넷 도박, 횡령, 조세포탈 등 범죄수익 세탁과 은닉처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불법 사이버 거래 규모가 1조 원이 넘는데도 그동안 금융감독 당국이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실로 걱정되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의 금융 질서를 해치는 이 같은 암적인 존재들을 방치했다는 것은 당국의 감시가 그만큼 허술하다는 방증이다. 최근 정부는 금융실명제를 강화해 29일 차명거래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불법 사이버 금융거래가 법 테두리 밖에서 보란 듯이 설치고 금융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은 금융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당국은 불법 사이버금융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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