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기금 받은 호텔 예식업 합법일까 불법일까

입력 2014-11-27 08:49:10

감사원 안동 A호텔 '불법' 에 시정권고, 전국 관광호텔 불똥 '화들짝'

예식업은 자유 업종이다. 지난 1999년 예식업이 자유업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허가 없이 예식장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로부터 관광산업 육성 취지로 관광진흥개발기금(이하 관광기금)을 받은 호텔들의 예식장 영업은 합법일까, 불법일까?

관광기금을 지원받은 호텔들의 예식 영업이 불법 시비에 휘말렸다. 최근 감사원은 정부의 관광기금을 지원받고도 회의장 등 부대시설에 신부 대기실과 상담실 등을 만들어 예식 영업을 해 온 안동문화관광단지 A호텔에 대해 "용도에 맞게 건물을 변경하라"며 시정 권고를 내렸다.

2012년 10월 안동문화관광단지 안에 들어선 A호텔은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시중금리보다 훨씬 낮은 우대금리로 관광기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이 호텔은 문을 열자마자 예식영업을 해오다 민원인의 진정에 따라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됐다.

이와 관련해 법제처는 "관광기금이 지원되는 범위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서 지정한 시설로 예식장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관광기금이 지원된 호텔에서의 예식행위는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관광기금 담당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관광기금이 예식장을 짓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예식업이 자유 업종이라 할지라도 관광기금이 지원된 호텔이 예식 영리사업을 벌이는 것은 기금 지원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관광기금 지원 호텔의 예식 영업은 안동뿐만 아니라 경주 보문단지와 제주도, 서울 등 전국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들 호텔 중 상당수는 관광객 유치보다 예식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A호텔의 예식 영업이 당국에 의해 불법으로 규정될 경우 전국적인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안동에서는 A호텔 말고도 안동문화관광단지 내에 관광기금 지원을 받는 호텔이 신축되고 있어서 이번 감사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광기금 지원 호텔들이 예식업에 뛰어들면서 일반 예식장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예식업의 매출 총액은 1999년 1조6천억원에서 2012년 5조6천억원으로 3.5배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일반 예식장 수는 30% 이상 줄어들었다.

안동시 관계자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전국 관광기금 지원 호텔들의 영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호텔들이 자유 업종인 예식 영업을 하는 데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행정소송 등 법적 공방도 예상된다"고 했다.

관광진흥개발기금

관광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재원을 관광객 유치와 관광 환경 개선에 다시 투자한다는 취지로 운용되는 정부 자금. 올해 정부로부터 관광기금을 지원받은 호텔'리조트 등 관광휴양시설'단체는 전국 1천400여 곳이며, 금액은 4천800억원에 이른다. 관광호텔은 호텔의 종류일 뿐 관광기금을 받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관광호텔 중에 관광기금을 지원받지 않은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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