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선린병원, 비리 의혹 前 이사장 복귀…다시 '시끌'

입력 2014-11-26 09:54:37

횡령·배임 수사 흐지부지, 50억원 출연 약속 못믿어

선교'의료봉사 등 공익적 성격의 포항선린병원을 사유화하려 했던 C 전 이사장이 다시 병원 이사장으로 재선임되자 병원 내부와 포항 기독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기독교계는 대구지검 포항지청이 C 전 이사장의 횡령'배임 의혹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 짓지 않고 7개월이나 끌어 오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보고, 서울중앙지검과 청와대 등에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낼 방침이다. 병원 의사들도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인사가 이사장으로 올랐다는 것은 증거인멸 시도뿐만 아니라 본인의 비위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시간벌기 행보'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강력 규탄에 나설 움직임이다.

포항선린병원은 25일 이사회를 열어 C 전 이사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추대하고, 현 전일평 이사장(선린대학 총장)을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기로 결의했다. 이사회 측은 지난달 전 이사장이 선린대학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이사장직 수행이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내부에서는 C 전 이사장이 이번 복귀를 통해 법정에서 면죄부를 얻어내려고 시도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의사들은 C 전 이사장이 병원 복귀 조건으로 내건 올해 25억원, 내년 25억원 등 모두 50억원의 출연 약속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병원 이사장을 맡을 당시에도 30억원을 투자한다고 해놓고는 수 천만원의 개인급여와 투자에 대한 법정이자를 챙겨 병원에 큰 손실을 입힌 바 있기 때문에 이번 출연 건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후식 병원장은 "현 이사장이 실형을 받고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다 보니 이사회에서 상식 밖의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아무리 돈이 급해도 공익병원을 사유화하려 했던 인사에게 병원을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애초에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높여 병원 비리에 대한 싹을 잘랐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포항 기독교계 한 관계자는 "학연'지연으로 얽힌 포항에서 이 문제를 도려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판단이다. 공익병원을 사유화하려 한 중대 범죄가 이처럼 허무하게 덮이지 않도록 다양한 통로를 통해 공론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안세회계법인은 병원에 대한 재무'인사'계약 등을 점검해 본지가 제기한 ▷부당 급여 수령 ▷친인척(경리팀장)을 통한 자금 전용 ▷개발 이득을 노리고 친인척을 통한 병원건물과 재활병원 사이 부지 매입 ▷불분명한 직원들의 퇴직금(80여억원) 사용 ▷비정상적인 장례식장 신축공사 등 C 전 이사장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대부분 사실임을 밝혀냈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