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따뜻함과 익혀 먹음이라는 이로움을 인류에게 제공했다. 또한 빛도 함께 선사해 인간의 활동시간을 비약적으로 늘려주었다. 인공불빛은 문명의 상징이지만 요즘에는 너무 과해 '빛 공해'를 우려할 지경에 이르렀다. 촛불 하나 정도의 밝기를 1칸델라(cd)라고 하는데 스마트폰의 최대밝기는 500cd이고 가정용 대형 LED-TV의 밝기는 수천 cd나 되며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은 밝기가 몇만 cd를 웃돈다.
밤낮없이 빛에 노출돼 있으면 생체리듬에 악영향을 받는다. 아기가 자는 방에 불을 켜두면 자라서 근시가 될 확률이 55%라는 연구 보고가 있다. 들깻잎 비닐하우스에서는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밤에 조명을 켜놓는다. 수목이 야간 조명을 받으면 꽃'열매를 맺지 못한 채 잎만 무성해지는데, 식물의 입장에서는 잠 못 자는 고문을 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빛 공해는 또한 별빛을 앗아간다. 인간이 만든 불빛으로 인해 밤하늘의 어둠이 영향을 받는 현상을 '광해'(光害)라고 한다. 영국 왕립천문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 퍼진 인공불빛의 수는 1970년대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났다. 2008년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밤하늘의 별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어두운 하늘 지키기 운동'(Dark-sky moveme nt)이 벌어지고 있다. 별을 볼 수 있는 곳을 밤하늘 청정생태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자는 움직임이다. 이 운동은 민간비영리단체인 '국제밤하늘보호협회'(IDA)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1년 이후 세계의 12곳이 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됐다.
IDA의 본부는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Tucson)시에 있다. 애리조나는 그랜드캐니언이 있는 곳이며 별이 가장 밝기로 세계적으로 이름난 곳이다. 밤하늘을 보호하기 위해 애리조나주 정부는 특정 밝기 이상의 인공조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 덕분에 애리조나주는 세계에서 천문대가 가장 많이 밀집한 지역이 됐다. 몇 년 전 애리조나에서 칠흑 같은 밤을 보낸 적이 있는데, 조물주가 하늘에 우유를 뿌려놓은 듯 화려하면서도 손에 잡힐 듯 빛나는 은하수를 넋 놓고 바라본 기억이 생생하다.
별은 인간을 꿈꾸게 한다. 불을 끄면 별이 켜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양군이 내년 5월쯤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 지정 신청을 한다고 한다. 국내 최고의 청정 생태지역인 영양이 세계적인 '별빛 명소'로도 이름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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