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가 화남면 안천리에 있는 일제강점기 때 사립 민족교육기관 백학학원 복원에 나선다. 백학학원은 임진왜란 전인 1555년 영천시 화산면에 설립된 백학서당이 뿌리다. 임란 때 소실됐다가 중건돼 17세기 중반에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서원으로 승격됐다가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헐렸으며, 1900년 서당으로 복건됐다. 1921년에는 백학학원으로 바뀌면서 민족교육기관 역할을 했다. '청포도' '황야'((荒野)의 시인 이육사가 학생으로 공부하다 교편을 잡아 후학을 길렀으며 조재만, 안병철, 이진영 등 여러 애국지사를 배출했다. 지난해 2월 국가 현충시설로 지정됐다.
영천시가 국비를 지원받아 백학학원 복원에 나선 것은 다행이지만, 많이 뒤늦었다. 이곳은 정면 6칸의 한옥으로 한때 200여 명의 학생이 재학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방치되면서 마루와 구들장이 뜯기고, 지난 7월에는 집의 일부가 무너졌다. 지금은 3칸이 사라지고, 대청 2칸과 온돌방 1칸만 남았다. 그나마 흔한 팻말조차 없고, 앞마당은 잡초로 뒤덮일 정도로 관리가 안돼 폐가와 다름없다. 460년에 이르는 역사성이 있고, 민족교육기관이라는 훌륭한 뿌리가 있는데도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으로 겨우 흔적만 남은 셈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많은 힘을 기울이지만 아직 곳곳에 폐허 상태로 남은 문화유산이 많다. 이 가운데는 백학학원처럼 제대로 복원만 하면 애국정신도 살리고, 문화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유산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유산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개발논리에 밀리거나, 세월에 따라 폐허가 돼 없어져 버린다. 이를 찾아내 최소한의 관리를 통해 더 이상 없어지지 않게 노력하고, 장기적으로 복원에 나서는 것이 지방자치단체가 시급하게 할 일이다.
예산 등의 문제로 지방자치단체의 힘으로 부족하다면 고증 등의 노력을 통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복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복원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건물을 고치고, 덧대어 단장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주변에 기념관을 두는 방식 등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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