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메디앙스 甲질' 법으론 못 막았지만…

입력 2014-11-20 10:21:40

"약정서에 있다" 도매 대리점 반품 거절 소송 패소

반품을 받아주지 않는 유아용품 전문업체 보령메디앙스(이하 보령)를 상대로 소송(본지 11월 3일 자 4면 보도)을 벌였던 포항의 한 도매물품 공급계약자(대리점주)가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대구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이영화)는 보령과 도매물품 공급계약자 사이에 맺은 약정서에 명시된 '2011년 이전에는 3일, 이후에는 7일 이내에 물품하자를 확인하고 하자가 없을 경우에는 일체의 반품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들어 대리점주 남모(56)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남 씨는 2004년부터 수년간 매입과 반품을 반복하던 중 갑자기 2010년부터 '담당이 바뀌었다. 나중에 반품해 주겠다'는 등의 이유로 반품을 4년이나 거부한 보령의 횡포로 1억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약정서를 근거로 남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법의 구제를 받지 못한 남 씨는 비슷한 처지의 대리점주 10여 명과 연대해 보령의 갑(甲)질에 맞서기로 했다. 남 씨는 ▷약정서를 한자투성이로 만들어 무슨 내용인지 알기 어렵게 한 점 ▷갑작스러운 반품 거부 ▷월말 실적을 위한 밀어내기 관행 ▷반품을 미끼로 한 자사물품 판매 강요 ▷대리점주에 대한 암묵적인 종속관계 강요 등을 지적했다. 남 씨는 보령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통해 대기업의 횡포를 알리는 동시에 대법원 상고를 진행할 방침이다.

남 씨는 "제품을 많이 매입하는 대리점주들에게만 반품량을 늘여주는 보령 측의 비윤리적인 영업방식은 이미 업계에서도 유명하다"며 "반품을 미끼로 하는 보령의 악의적인 영업방식 탓에 대리점주들은 지나치게 많은 물품을 받은 뒤 소매점에 덤핑처리한다. 게다가 소매점들이 팔지 못한 물품까지 반품 처리해야 하는 대리점주들은 사면초가"라고 분노했다.

대리점주는 소매점과 외상거래를 하다 보니 반품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지만 보령 측은 대리점주와 5천만~1억원의 보증금 계약을 맺어 반품 요구를 쉽게 거부한다는 것이다.

남 씨는 "전국의 대리점주들이 먹고살기 위해 보령 측의 말도 안되는 요구를 오랫동안 묵묵히 참아왔다. 한자투성이로 된 계약서 한 장에 모든 횡포의 면죄부를 얻는 보령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 대리점주에 앞서 우리도 소비자임을 보령에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했다. 보령과 도매물품 공급계약을 맺은 대리점은 대구경북 4곳을 포함해 전국에 50곳에 이른다.

한편 보령 측은 "소송내용 그대로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다"고 했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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