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애국혼 뵐 낯이…'영천 백학학원' 수십년 방치 폐허로

입력 2014-11-20 07:08:08

일 강점기 항일교육 요람…이육사 수학, 교편 잡기도

14일 영천시 화남면 안천리 백학학원이 절반이나 붕괴된 채 방치돼 있다. 민병곤 기자
14일 영천시 화남면 안천리 백학학원이 절반이나 붕괴된 채 방치돼 있다. 민병곤 기자

일제 강점기 저항시인 이육사 등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한 민족교육기관 백학학원 건물이 절반이나 무너진 채 방치돼 복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천 화남면 안천리에 있는 백학학원은 정면 6칸의 한옥이었지만 이달 현재 대청 2칸과 오른쪽 온돌방 1칸만 남아 있다. 왼쪽 온돌방과 양 측면의 가적지붕(본채 옆 작은 지붕) 아래 2칸 등 3칸은 이미 사라졌다. 인근 한 주민은 "수십 년간 제대로 관리도 않고 버려둔 백학학원의 왼쪽 칸들이 지난 7월 붕괴됐다. 남은 건물의 마루와 구들장도 누군가 뜯어갔다"고 했다.

남은 건물 앞에는 붕괴된 칸에서 나온 기둥'대들보'서까래 등이 잡초 덤불 위에 쌓여 있다. 최근 서까래 일부를 장작용으로 잘라 간 흔적도 남아 있다. 대청 칸의 천장도 일부 붕괴됐으며 흙벽과 온돌 칸의 대들보도 기운 채 무너지기 직전이다.

백학학원은 1921년 백학서원의 후신인 백학서당에 설립돼 애국지사들을 배출한 민족교육기관이다. 백학서당은 1555년 신녕현감 황준량과 유림들에 의해 백학산(현재 영천 화산면)에 건립됐으며, 임진왜란 때 소실된 후 1612년 중건됐다. 1658년 현 위치인 화남면 안천리로 옮겨졌으며, 1678년 서원으로 승격됐다. 1868년 서원철폐령으로 헐렸으며, 1900년 서당으로 복건됐다.

이곳에서는 저항시인 이육사를 비롯해 조재만'이진영'이원대'조병화'안병철 등 다수의 독립운동가들이 배출됐다. 백학학원은 지난해 2월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받아 국가 현충시설로 지정됐다.

한편 영천시는 내년에 국비 1억5천만원과 경북도비 및 시비를 확보, 백학학원 복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인호 영천전자고 교장은 "백학학원은 민족시인 이육사가 수학한 뒤 교편을 잡은 곳"이라며 "이처럼 뜻 깊은 항일독립운동 유적을 이른 시일 내 복원해 애국정신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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