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에너지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에너지협의회총회(WEC)가 대구서 열렸지만 까마득한 옛일 같다. 초특급 국제전시컨벤션축제였지만 대구서 열렸다는 사실조차 가물가물하다. 세계 에너지계의 거물들이 참가했다지만 그 흔적은 온데간데없다.
대구시와 대회 조직위는 WEC를 통한 직'간접 파급효과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홍보했다. WEC를 개최하면 회의 및 전시 부문 수익 창출은 물론 기술 교류, 수출입 상담, 관광, 대구 도시 브랜드 홍보 등에서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WEC의 열매는 떨어진 과일처럼 초라하다. 총회 준비와 개최에서 지역은 철저히 배제됐다. 정부와 조직위는 일방통행했고 대구경북의 요구는 먹히지 않았다. 대구시가 일부라도 지역의 전시컨벤션 업체 참여를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조직위는 객실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쳤지만 정작 총회 기간 중 호텔 객실은 남아돌았다. 관광 효과도 거의 보지 못했다. 대구와 경주 등 지역 관광지는 외면받고 제주도나 서울, 상해, 일본으로 참가자들이 더 많이 관광을 했다. 지역은 잔칫상만 차려주고 오히려 외면받았다.
내년 4월 12일부터 대구와 경주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물포럼이 1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WEC는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받았지만 세계물포럼은 격이 다르다. 참가자 숫자에서도 WEC의 5배 가까이나 된다. 2012년 프랑스 마르세유 세계물포럼은 3만4천여 명, 2009년 터키 이스탄불 대회 때는 192개국 3만 3천여 명이 참가했다. 내년 포럼도 국가원수급들과 세계 물산업을 이끌고 있는 세계 굴지의 기업 CEO 등이 다수 참가한다. 특히 반기문 UN 총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물포럼이 더 국제적인 조명을 받을 것이다.
아마도 대구가 10년 내에 세계물포럼과 같은 국제적 조명을 받을 기회는 잘 없을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비록 5개월여의 짧은 기간이지만 정부, 조직위, 대구시'경북도가 잘 준비해서 과실을 잘 챙겨야겠다.
대회 진행 주관사는 서울 업체가 맡지만 숙박, 관광, 수송 등에서 지역 업체가 20%가량의 지분으로 참여한다. 관광의 경우 물산업 현장 시찰, 도시 투어, 경주 관광 등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 거물들에게 대구경북을 알리기 위해선 지역의 숨은 매력을 한껏 발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수요조사를 통해 대구경북에 묶어둘 프로그램을 다듬어야 한다.
또 세계물포럼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시도민들의 참여와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을 보강해야 한다. 지구촌이 당면한 물 부족과 물산업의 과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는 정례화된 물 교육 프로그램을, 시도민들에게는 물 절약과 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실천 캠페인을 준비해야 한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자원봉사' 붐이 일었듯이 세계물포럼을 전 시도민의 물 의식까지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 부분은 정부나 조직위가 할 일이 아니다. 아니 관심도 없다. 시도민과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물포럼은 대구시와 경북도, 지역의 물 전문가들이 지혜를 짜내야 한다.
세계물포럼의 최종 완성은 물산업 육성으로 귀결된다. 물산업은 대구경북의 신성장 동력화하는 과제다. 다행히 최근 대구시가 달성국가산업단지에 추진 중인 '국가 물산업 클러스터' 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했다. 물산업 클러스터는 대구시와 환경부가 공동사업시행자로, 3천500여억 원을 들여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대구국가산업단지 내에 64만9천79㎡(기업집적단지 48만1천㎡) 규모로 조성된다. 이곳에는 물 기술 개발, 전문가 양성 등을 위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와 산학캠퍼스, 물융합 연구동 등 물산업 진흥시설이 조성된다. 물산업 신기술의 검증'사업화를 위한 실증화 시설, 물 관련 기업'연구소 유치를 위한 물기업 집적단지가 구축된다.
물포럼 개최지 이점을 살려 물산업 클러스터를 성공적으로 조성해 세계적으로 불붙고 있는 물산업 분야에 지역 물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온다. 제대로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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