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 무료 제공 류병선·정상순 부부

입력 2014-11-19 08:54:31

매달 두 번 200여 어르신에 급식 봉사

"설렁탕을 대접하는 게 뭐 대단한 일인가요. 어르신들이 따끈한 설렁탕 한 그릇을 뚝딱 비우는 모습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껴요."

쌀쌀한 바람이 불던 15일 오전 11시쯤 앞산네거리 진설옥설렁탕. 목도리를 한 할머니, 두터운 외투를 걸친 할아버지 등 60여 명이 식당을 찾았다. 오늘은 무료로 설렁탕이 제공되는 날이다. 일찍 도착해 식당 밖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 어르신도 몇 명 계셨다. 식당에 어르신이 들어서자 남자 종업원이 깍듯하게 맞으며 자리를 안내했다. 어르신들은 홀 탁자 의자와 방에 차례차례 앉았다. 금방 끓인 설렁탕과 만두, 순대, 주류가 일체 배달됐다. 어르신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한 할아버지는 수저를 든 지 수분 만에 설렁탕 한 그릇을 비우고 국물을 더 달라는 손짓을 했다. 한 할머니는 설렁탕을 먹은 뒤 남은 만두를 가져가기 위해 비닐봉지에 싸기도 했다. 설렁탕 무료급식은 낮 1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이날 사랑의 설렁탕을 제공한 주인공은 진설옥설렁탕 주인인 류병선(52)'정상순(49) 씨 부부다. 류 씨는 앞산, 비산, 서재 3개 직영점에서 매달 1, 15일 두 차례 어르신을 모시고 설렁탕을 무료급식하고 있다. 매회 3개점 무료급식 인원은 모두 200명에 이른다. 류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식당 주변 경로당을 중심으로 설렁탕을 제공해왔다. 지금껏 제공한 설렁탕은 4천 그릇이 넘는다.

"급식하는 날 거동이 불편한 100세가 넘는 할머니도 유모차를 끌고 식당에 오세요. 직원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일일이 손을 잡아줄 땐 정말 어머니 같은 정을 느껴요."

류 씨가 작년 설날 어르신들을 모시고 떡국을 제공한 게 무료급식의 시작이다.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설렁탕으로 메뉴를 바꿔 지금까지 매달 설렁탕을 나누고 있다. 특히 비산점 주변에는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찾는다. 노숙자 어르신도 있고 음식값이 없는 어르신도 많단다. 무료급식날 어르신 초청은 경로당에서 하고 있다. 경로당은 앞산점 10곳, 비산점 9곳, 서재점 12곳. 경로당들이 자체 순번을 정해 차례로 급식에 나오고 있다. 류 씨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식당을 찾아오다가 행여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류 씨의 식당 경력은 30년이 넘는다. 떡볶이, 김밥, 식자재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칡냉면 프랜차이즈를 하다 외환위기로 거액의 부도를 맞는 등 수차례 실패와 불운도 맛봤다. 하지만 그는 오뚝이처럼 10전 11기로 일어섰다. 많이 배우지 못한 그에게 유일한 멘토는 '책'이다. 창업, 마케팅 관련 책을 거의 섭렵했다. 그는 사업을 어렵게 일으킨 만큼 자신을 도와준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라도 외로운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마음이다. 그는 지금은 직영점이 3곳에 불과하지만 본점을 대구에 두고 전국에 200곳의 직영점을 열어보겠다는 당찬 꿈도 갖고 있다. "작은 나눔이지만 추운 겨울 설렁탕 한 그릇으로 어려운 분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어요."

김동석 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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