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감사원·공정위 합세 관피아 척결 본격화

입력 2014-11-19 07:59:44

방만 공기업 '매질'

정부가 방만하게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사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비리에 대해 칼을 들이대고 있다.

◆칼 빼든 감사원

감사원은 최근 LH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08년에 추진된 포항시의 도시건설 계획사업을 대표적인 영업 손실 사례로 지적했다. 당시 LH가 출범하기 전 주택공사를 통해 'A지구 도시계획 시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업무추진위원회 심의 시 200억원의 사업손실이 예상되나 인근 B지구 택지개발사업에서 447억원의 이익이 예상되고, 포항시 지역개발사업에 대한 참여를 통하여 택지 확보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등의 사유로 사업을 강행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통합공사 출범을 2개월 앞둔 2009년 7월 위 사업에 대해 보상계획을 공고하고 통합 이후에도 보상을 중단하지 않고 포항시로부터 추가적인 지원을 받아 사업성을 개선하겠다며 2010년 5월 보상에 착수, 향후 373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에 멈추지 않고 LH가 14개 택지 및 도시개발사업에서만 4조824억원의 손실을 발생시키는 등 유사'중복 및 수익성 없는 사업으로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총체적인 운영 부실을 지적했다. LH는 공기업 가운데 부채비율이 458%로 가장 높은데다 105조6천억원의 금융부채를 안고 있는 기관이다.

이날 감사원은 LH가 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고도 사업을 추진하거나 수요를 부풀려 유사 사업을 추진하는 등 방만하게 사업 확장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투입사업비를 회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장기적으로 재무 불안정성이 커지는데도 매년 수입액을 초과하는 사업비 집행 계획을 수립하는 등 예산 운영을 불합리하게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 손실보전사업 중 임대주택과 보금자리사업에 의한 금융부채가 전체 LH가 가진 금융부채의 85%(2013년 말 기준)를 차지하는 등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LH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 가운데 타당성이 없는 14개 사업을 검토한 결과 4조824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LH는 인천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을 계획한 2005년 내부 심의위원회로부터 보상비용이 많이 들어 손실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듣고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을 활용, 사업비를 조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LH가 2008년에도 용역기관으로부터 PF 조성이 어렵다는 보고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같은 해 6월 보상에 착수, 사업이 끝날 때까지 총 7천838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주택사업을 무리하게 승인받아 국민주택기금 부채가 계속 늘고 수천억원의 기금 이자를 부담하면서도 실제 주택 공급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고, 단기간 내에 사업 착수가 곤란한 물량에 대해서는 사업을 취소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철저히 하라"고 LH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시작일 뿐

감사원은 LH 감사 결과 발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무총리를 필두로 전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부패의 근원지인 관피아 척결에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우선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달 8일 세월호 참사 후 '국가 개조'와 관련, "민간 각계가 폭넓게 참여하는 국무총리 소속의 가칭 '국가 대개조 범국민위원회'를 구성해 민'관 합동 추진체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국가안전체계의 실패와 관피아 만연과 같은 공직사회의 부조리 등 적폐 척결을 민간의 참여 속에 이뤄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검찰과 경찰뿐만 아니라 국세청, 감사원, 공정위 등도 관피아 척결에 힘을 보탤 것으로 알려져 정'관'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세청과 공정위는 이미 일부 기업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국무총리 지휘하에 공정거래위도 이미 '관피아' 조사를 상당 부분 진행했으며 곧 그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달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공기업 등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관계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현장 직권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적발되는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혀 문제가 드러난 해당 기업에 대해서는 추가 검찰 조사 가능성을 암시했다. 공정위는 공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이번 달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국세청은 공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최근 대상그룹에 이어 농심과 일동후디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식품업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세무조사를 벌이면서 국세청 주변에서는 검찰이 세무조사 기업에 대한 추가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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