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시설에 방치된 아이들
17일 대구의 신천초등학교 건물 외벽에는 '재난위험시설'을 알리는 노란색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건물 기둥에는 비스듬히 균열이 있었고, 지면에 가까운 부분은 가로로 금이 나 있었다. 건물 1층 조리실에는 보가 갈라져 있었고, 보를 지지하기 위한 철제 보수 기둥이 세 군데나 설치돼 있었다. 건물 뒷문에서 밖으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경사면에 생긴 균열은 손가락 한 마디가 들어갈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교실이나 복도 등 학교에서 고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손댔지만, 건물 자체에 문제가 있다 보니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했다.
◆곳곳에 균열'''불시에 대피 훈련
철거 대상 학교 중 한 곳의 학생들은 학교가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되기 전부터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대피 훈련을 해왔다. 신천초교는 올 1학기 불시에 두 차례 비상 대피 훈련을 했다. 당시 학생들은 실내화를 신은 채 혹은 맨발로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학교 측은 앞으로도 비상 대피 훈련을 할 계획이다.
보수'보강 공사 대상인 매천초교도 신천초교 못지않게 균열이 심하다. 학교 건물 왼쪽 뒤편에는 층마다 가로, 세로, 사선 균열이 어지럽게 나있었다. 심지어 1층 외벽 하단에는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 철근이 노출된 곳도 있었다. 건물 바깥을 한 바퀴 둘러보자 여기저기에 '땜질'을 한 흔적이 보였다.
철거 대상으로 분류된 동천초교는 1967년에 지은 교사동을 아직 사용하고 있다. 이곳 역시 외벽 하단에 건물을 따라 가로로 길게 균열이 나 있었다. 학부모 여모(41) 씨는 "얼마 전에 학교 건물이 위험시설로 분류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남편도 이 학교를 졸업했는데 그 시절 그대로라고 했다. 딸이 6학년이라 올해가 지나면 학교를 떠나지만, 혹시 사고가 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한모(42) 씨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인데 이 지경이 되고서야 건물을 새로 짓겠다는 걸 보면 공무원들은 아이도 안 키우나 보다"고 했다.
◆예산 부족으로 공사는 언제 시작할지?
대구시교육청이 공사를 위해 교육부에 특별교부금을 신청했다지만 학교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로부터 예산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받더라도 언제쯤 공사가 시작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신천초교 교사는 "교육분야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누리과정이나 무상급식 같은 복지에 예산 배정이 많다 보니 이런 일이 벌이지는 것 같다"며 "올 3월 이곳에 부임했는데 4년 뒤 다른 학교로 갈 때까지 공사를 시작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학교 다른 교사는 "전국적으로 1960년대에 건축된 학교가 많다고 알고 있는데, 전국에서 이런 예산 신청이 많이 올라갈 테고 그럼 예산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비례대표)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전국에 재난위험시설은 104개 동이 있다. 배 의원은 이를 해결하는데 약 4천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앞서 '시'도 교육청의 50% 매칭투자 없이는 재난위험시설 조기 해소는 어렵다. 교부금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재정이 어려운 시교육청으로서는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시교육청은 예방차원에서 5개 초교 건물을 재난위험시설로 분류했으나, 아직 더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시교육청은 2012년부터 정밀점검과 안전진단을 하면서 문제가 있는 학교 시설이 있음에도 심의위 결정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4월에 있었던 교육부 전수조사에 보고하지 않았고, 5월 말에야 교육부에 관련 사실을 알렸다.
김경한 시교육청 교육시설지원단 시설계획총괄 담당은 "붕괴가 임박해서 개축 절차를 진행하면 수업에 지장이 있을 수 있어 미리 재난위험시설로 분류해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