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가채점 결과 상세 분석, 입시 전략
2015학년도 수능시험이 대체로 쉽게 출제됐다. 국어 B형이 까다롭긴 했으나, 수준별 시험 방식에서 통합형으로 전환된 영어 영역이 상당히 쉬웠고 수학 영역도 변별력이 무의미하다는 논란이 일 정도로 쉬웠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인문계열 수험생 경우 국어 B형과 사회탐구 영역, 자연계열 경우 과학탐구 영역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수능시험이 쉬워지면서 정시모집에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자연계열 경우 변별력의 열쇠였던 수학 B형이 상당히 쉽게 출제돼 상위권이 두터워지면서 이들이 지원하려는 대학의 합격선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가다듬고 수능시험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자신의 위치를 냉정하게 분석해 남은 기간 입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쉬운 수능, 자연계열 예상 합격선 상승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과인 의예과의 예상 합격선이 작년과 비교해 5~8점 올라갈 전망이다. 영어 영역뿐 아니라 자연계열 변별력의 기준인 수학 B형이 상당히 쉬워 만점자가 쏟아질 정도여서다. 인문계열 경우 영어 영역이 쉽게 출제됐지만 국어 B형이 까다로워 합격선이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학의 의예과에 합격하려면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영역 등 4개 영역의 총점이 390점(원점수 400점 만점 기준)을 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대성학원, 메가스터디, 이투스청솔, 유웨이중앙교육, 종로학원, 진학사, 하늘교육 등 서울 입시 업체들이 각자 수험생들의 가채점 결과와 지원 희망 대학 등의 자료를 수합한 뒤 서울 시내 대학 11개교의 예상 합격 점수를 분석한 결과다. 대구 송원학원과 대구 고교 진학 담당 교사들이 모인 대구시진학지도협의회(이하 대구진협)도 예상 합격선을 내놨다.
이들 서울 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대 의예과의 예상 합격선 평균은 397점이었고 연세대 의예 396점, 고려대 의과대 394점, 경희대 의예'중앙대 의학부'한양대 의예 393점 등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예상 합격선이 5~8점 올랐다.
송원학원은 서울대 의예, 연세대 의예, 성균관대 의예의 예상 합격선이 395점이고 고려대 의과대, 경희대 의예, 중앙대 의학부, 한양대 의예는 392점이면 지원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진협이 예상한 합격선은 서울대 의예 등이 395점, 고려대 의과대 등이 392점이다.
대구경북 대학의 의예과에 지원하려면 385점 이상 받아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북대 의예의 예상 합격선은 송원학원과 대구진협 모두 388점일 것으로 예상했다. 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의예 경우 송원학원은 385점, 대구진협은 386점 이상을 예상 합격선으로 제시했다.
인문계열 경우 서울대 경영대에 합격하려면 392점 이상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성학원이 예상한 합격선은 394점 이상이고 메가스터디와 유웨이중앙교육은 395점, 이투스청솔은 393점 이상이면 합격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송원학원과 대구진협이 제시한 서울대 경영대 예상 합격선은 392점과 393점.
서울 입시 업체들의 예상 합격선 평균을 따졌을 때 고려대 경영대는 391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은 389점, 한양대 파이낸스경영은 386점이다. 송원학원이 내다본 합격선은 고려대 경영대(대구진협은 391점)와 성균관대 글로벌경영 390점(386점), 한양대 파이낸스경영 387점(386점)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표된 예상 합격 점수에만 기대 입시 전략을 짜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실제 입학 전형에선 원점수가 아니라 표준점수, 백분위 등이 반영되고 대학마다 반영 방식과 비율도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이번 가채점 결과는 정시모집 때 지원할 대학을 찾아보고 남은 수시모집 대학별 고사 응시 여부를 결정하는 자료 정도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 소장은 "수학 B형이 쉽게 출제되면서 자연계열 상위권 수험생들의 점수가 상승했고, 덩달아 의예과 등 자연계열 상위권 학과의 합격선도 높아졌다"며 "실제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 대학별로 반영 영역과 비율을 꼼꼼히 따져 원서를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구 수험생, 자연계열 상위권 두터워져
이번 수능시험에서 대구 일반계고 수험생 가운데 자연계열 상위권이 두터워질 것으로 보인다. 영어 영역뿐 아니라 자연계열 변별력을 가늠하는 핵심 영역인 수학 B형이 쉽게 출제된 데 따른 현상이다.
16일 대구진협은 2015학년도 수능시험에 응시한 대구 일반계고 수험생 2만3천186명의 가채점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영역별 만점자(원점수 기준) 숫자와 비율을 따졌을 때 국어 A형은 1.38%인 158명이 만점을 받았다. 전년도보다 만점자 비율은 0.09%포인트(p) 줄었다. 이번 수능시험에서 국어 B형은 까다로웠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는 대구진협의 가채점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인문계열 수험생이 주로 응시하는 국어 B형은 응시 총원 1만1천874명 중 0.06%인 7명만 만점을 받았다. 전년도 만점자 비율은 0.71%였다.
대구진협 측은 "이번 수능시험이 전반적으로 쉬웠지만 국어 B형이 다소 어렵게 나온 탓에 인문계열 수험생 경우 가채점 점수가 잘 나왔다고 느끼는 사례가 자연계열 수험생에 비해 적은 것"이라고 했다.
국어 영역이 전년도보다 어려웠지만 수학 영역은 반대였다. 이에 따라 만점자 숫자가 대폭 늘었고, 만점자 비율 역시 상승했다. 수학 A형의 만점자 수는 응시 총원 1만6천756명 가운데 330명(1.97%). 전년도에는 1만8천28명이 응시, 0.63%인 113명이 만점을 받았다. 응시 인원이 1천 명 이상 줄었음에도 만점자 수는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수학 B형은 더했다. 전년도의 만점자 수는 응시 총원 6천558명 가운데 0.52%인 34명. 하지만 이번에는 응시 총원 6천192명 중 만점자는 3.55%인 220명이나 됐다.
영어 영역은 전년도에 쉬운 A형과 그보다 어려운 B형으로 나눠 시험을 치렀으나 이번에 통합형으로 전환됐다. 교육 당국은 애초 영어 영역을 쉽게 출제한다고 여러 번 밝히면서 전년도 A형과 B형의 중간 정도 수준으로 문제를 내겠다고 말해왔다. 교육 당국이 공언한 대로 이번 수능시험 영어 영역은 대체로 쉬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 영역에 응시한 대구 일반계고 수험생은 2만3천574명. 이 가운데 3.25%인 766명이 만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영어 B형 만점자 비율(0.31%)과 비교해 2.94%p나 높아졌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영역 등 4개 영역을 합산한 결과를 봐도 자연계열 상위권 수험생이 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원점수를 기준으로 390점 이상 받은 수험생이 전년도에는 9명이었으나 이번에는 31명으로 부쩍 늘었다. 380점 이상으로 기준을 넓혔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전년도에는 자연계열 수험생 가운데 380점 이상인 경우가 50명이었으나 이번에는 168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인문계열 경우 390점 이상인 수험생이 전년도 30명에서 이번에 16명으로 줄었다.
대구진협 관계자는 "수학 B형 경우 100점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을 받을 수 있고, 실수로 하나만 틀려도 2등급이 될 정도로 시험이 쉽게 출제됐다"며 "자연계열 중상위권 이상 수험생이 많아진 만큼 이 점수대인 수험생 경우 정시모집에서 당락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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