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코끼리 옮기기

입력 2014-11-17 09:58:28

코끼리가 우리나라에 오게 된 것은 조선 태종 때의 일이다. 일본 첫 막부를 일으킨 원의지(源義持)가 사자(使者)를 보내 코끼리를 바쳤다. 실록에 따르면 태종은 선물 받은 코끼리를 말이나 마구'목장에 관한 일을 관장하던 사복시에서 기르게 했다. 근데 코끼리가 날마다 콩 4, 5두씩을 먹어치우자 비상이 걸렸다. 또 사람이 밟혀 죽는 일도 생겼다.

전 공조판서 이우는 잿빛 코끼리 꼴이 추함을 보고 침을 뱉고 비웃었다. 성질이 난 코끼리가 이우를 밟아 죽였다. 태종은 코끼리를 유배(?) 보냈다. 전라도 순천부 노루섬에서 기르도록 한 것이다. 전라도 관찰사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진언이 올라가서 코끼리를 충청도'경상도도 번갈아 키우도록 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코끼리 소동은 조선 초기에 끝난 해프닝이 아니다. 오늘날 한국사회도 코끼리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연금 전문가들은 덩치가 크고, 많이 먹어치우는데다 조금 움직이도록 하는 것도 힘든 점이 비슷하다고 해서 연금을 코끼리에 비유한다. 이미 서구 선진국은 물론 일본까지 코끼리 옮기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대로 키우기 불가능한 것은 전 세계가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공무원연금을 없애고 국민연금과 통합시켰다. 독일은 같이 내지만 수령액을 소득별로 차등이 나게 했다. 스웨덴은 조기에 연금을 받으면 수령액을 확 깎는다. 영국도 2012년부터 직종에 상관없이 네스트(NEST)에 가입하도록 연금을 통일했다. 연금 수령 시기도 나라별로 65세에서 67세 혹은 70세로 늦추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공무원연금이 잘 길들여진 순상(馴象)이 아니라 무섭게 성질 부리는 상(像)이다. 무서운 공무원들은 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 포럼을 이미 4차례 물리적으로 저지시켰고, 일부 네티즌들은 연금 개혁 주도자들을 갖가지 방법으로 괴롭히고 있다.

경북 영주군 문수면에서 대대로 농사짓고 살아온 전 연금학회장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친일파로 몰렸고, 그 아들이자 아이돌그룹 엑소의 리더인 수호는 '친일파 아들'로 매도당하고 있다. 또 경주 출신 헌법학자로 각료가 된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개혁을 위한 토론장 문전에서 거듭 퇴짜를 당하는 것은 물론 시위대들이 아버지 집앞 집회를 신고하고 있다. 국록을 받는 공무원이 공복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코끼리가 되어버렸다. 누가 코끼리를 옮길 것인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