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중심건물 날카로운 모서리 강조…불의 타협 않는 대학정신 상징
대학은 지식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곳인 동시에 시대정신을 이끌어 가는 곳이다. 특히,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그 중심에는 늘 대학이 있어 왔다. 4'19 혁명이 그러했고 독재에 항거한 5'18 민주화운동의 중심에도 대학이 있었으며 6'10 민주항쟁의 출발점 역시 대학이었다. 이처럼 대학은 지식을 생산하는 학문적 장소를 넘어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역으로서 우리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함께 써 내려왔다. 따라서 대학의 존재 가치가 단지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을 공급하는 것에만 몰입한다면 대학의 자리는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우리의 대학이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것을 넘어 눈앞의 이익에 굴하지 않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순수한 청년의 정신으로 시대의 이상을 표출할 때 진정으로 대학으로서의 존재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대학은 청년들이 미래의 꿈과 희망을 키워 가는 곳이다. 다양한 지식이 공존하고 수많은 의문들이 바탕이 되어 끊임없이 시대의 창조적 결과들을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같은 대학의 존재 가치는 캠퍼스의 공간구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대학의 공간 배치에서도 본관이 대학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권위적 배치형식이 주를 이루다가 학문과 사상의 상징인 도서관이 대학의 중심부로 이동하는 것은 대학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처럼 시대정신은 캠퍼스의 공간 배치뿐만 아니라 그 속의 건축물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한국의 캠퍼스 건축이 유서 깊은 서구의 대학처럼 고색창연한 벽돌과 울창한 수목들로 둘러싸인 고고한 풍경을 만들어 내기에는 아직 연륜이 부족하지만 단지 짧은 시간적 상황만으로 캠퍼스의 무질서함과 건축적 얄팍함을 변명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번지르르한 금속성 패널이 주는 건물이 순간적으로 눈을 현혹시킬 순 있지만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야 할 건물을 지탱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의 건물은 세월이 갈수록 그 깊이가 더해져야 한다. 대학의 건물은 스쳐가는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서 있어야 한다. 대학의 건물은 캠퍼스의 주변 건물과 잘 어울려 안팎으로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학의 건물은 많은 사람들이 쓰는 건물이기에 튼튼하고 관리가 용이해야 한다. 그리하여 몇백 년이 흘러도 그 자리에서 시대정신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그런 건물이 되어야 한다.
경산시 하양읍에 있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캠퍼스를 진입하면서 양쪽으로 줄지어 있는 노란 은행나무 가로수를 따라 올라오면 오른편으로 중앙도서관이 나타나고 그 도서관과 함께 광장을 공유하면서 캠퍼스의 주도로변에 길게 종합강의동이 자리하고 있다. 주도로를 올라오면서 만나는 종합강의동의 날카로운 모서리는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대학정신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 건물은 캠퍼스 내에서 물리적으로도 중심 부분에 위치하지만 도서관과 함께 광장을 만들면서 대학정신의 상징적인 중심공간이 되고 있다. 종합강의동은 외벽이 밝은 화강석으로 되어 있는데 자연적 물성을 가진 재료를 선택한 것은 학교 건물에서 요구되는 여러 가지 조건 외에 광장을 공유하고 있는 도서관과 잘 어울리고자 한 것도 큰 이유이다. 이 건물은 캠퍼스의 주도로와 중앙도서관이 만들어 내는 두 개의 축에 자연스럽게 대응하기 위해 'Y'자형의 평면 형태를 가지고 있다. 캠퍼스 주도로변으로 건물이 길게 파사드를 형성하고 있으나 오히려 정면은 동쪽의 광장을 향해 있다. 이는 학생들의 일상적 동선을 고려한 결과이기도 하거니와 광장에 대한 설계자인 최기현 건축가의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경사진 대지에 맞추어 건물의 진입은 1층과 3층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그 진입부마다 충분한 외부공간을 두어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두었을 뿐 아니라 내부에도 곳곳에 휴게공간을 두어 대학의 특징인 대화와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내부는 무척이나 밝다. 'Y'자형 평면형태가 필연적으로 만들어 내는 중심 공간에 아트리움을 두어 건물 전체를 빛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만들었다. 또한 긴 중복도 형태 건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이사이에 테라스를 두어 복도로 빛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또 다른 대화의 공간을 부여하였다. 따라서 종합강의동 건물은 광장(Open Space)이라는 외부공간과 진입홀, 그리고 각각의 기능에 도달하는 동선과 더불어 자연광의 유입이라는 학교건물이 가져야 하는 규범에 대해 실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또한 규범을 넘어 6층 건물의 아트리움에서 떨어지는 빛은 그 자체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지만 계단과 벽이라는 건축적 장치에 의해 다이내믹한 모습을 시시각각 연출하고 있다.
종합강의동 건물은 대학 캠퍼스의 건물이 가져야 하는 가치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석재가 주는 굳건함은 시간과 함께 지속될 수 있고 유지와 관리의 측면에서도 여타 재료의 건물보다 유리하다. 건물의 내외부에 스며든 대화의 공간은 물론이고 중앙도서관과 함께 만들고 있는 광장은 자유로운 사고의 중심이 되고 있다. 데크와 아트리움이 주는 건물의 밝은 내부는 이용자들의 감성을 부드럽게 하고 긍정적 사고를 심어 주며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빛의 다양한 연출은 학생들의 활발함과 맞닿아 있다. 대학이 시대의 정신을 투영하는 장소이기에 대구가톨릭대학교 종합강의동 역시 세월의 흐름과 함께 깊이가 더해 갈 것을 믿으며, 아울러 매스가 주는 강건함과 날카로움이 시대를 관통하는 청년정신과 언제나 함께하길 바란다.
글/ 조극래(대구가톨릭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사진/ 대구가톨릭대학교 & Cn건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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