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신사용품

입력 2014-11-15 07:50:29

신사용품(천천히, 공들여 만든 남자의 물건들에 관하여)/이헌 지음/미디어윌 펴냄

남자의 패션과 스타일에 우리나라만큼 경직된 잣대를 들이대는 나라는 없다. 조금이라도 화려한 옷을 입으면 '내실도 없이 겉멋 든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반대로 평범하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없거나 옷차림 따위에 신경 쓰지 않는 갑갑한 사람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남자에게 잘 만들어진 옷과 물건들이 필요한 이유다. 저자는 이를 '워드롭'(wardrobe)이라 표현하며 그 중요성에 대해 힘주어 설명한다.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나만의 워드롭을 만들기 위해서는 쓰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충실히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사람의 곧은 정신이 깃든 제품을 만나야 한다. 이렇게 설레는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저자가 나섰다.

그렇다면 평생의 워드롭을 완성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용품들을 골라야 할까? 저자는 무턱대고 백화점에 전시된 명품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졌느냐'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그가 소개하는 대부분의 용품들은 기계보다 사람의 손으로 꼼꼼하게 신체를 측정해서 제작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그 어떤 유명 로고를 두른 것보다 긴 생명력을 가진다. 브랜드와 형태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기본적인 수트부터 캐주얼한 옷차림, 가방과 우산, 손수건과 안경까지 남자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용품들에 대해 다룬다. 각각의 아이템들이 만들어진 숨겨진 뒷이야기부터 브랜드에 얽힌 에피소드를 풍성하게 녹여내 읽는 재미를 더하고 각각의 소재가 지닌 특성, 아이템의 활용 팁까지 전해준다. 356쪽, 1만4천원.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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