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한국시리즈 제패 직후 "올해는 개인적으로 기가 많이 빠졌다고 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삼성은 4년 연속 통합 우승의 쾌거를 6차전만에 이뤄냈다. 지난 4년의 한국시리즈를 비교해봤다.
◆시즌과 반대였던 올해 한국시리즈
올해 한국시리즈는 2012년 이후 2년만에 이뤄진 정규시즌 1, 2위의 대결이라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최종 승차는 0.5게임에 불과했다. 삼성은 2012년에는 2위 SK에게 무려 8.5경기 앞선 채 1위로 정규시즌을 끝냈다.
특히 올해는 팀 타율 1위'홈런 2위 삼성과 팀 홈런 1위'타율 2위 넥센의 격돌이라 '방망이 대결'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투고타저'였다. 사상 유례없는 '투저타고' 현상이 나타났던 정규시즌과는 정반대의 양상이었고, 결국 마운드에서 우위를 보인 삼성의 승리였다.
삼성은 이번 시리즈에서 타율 0.216을 기록했다. 2011년 0.230, 2012년 0.226, 2013년 0.232에 훨씬 못 미쳤다. 물론 상대 팀이 다른 만큼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삼성의 역대 포스트시즌 평균 0.238이나 한국시리즈 평균 0.233보다도 낮았다. 반면 투수들은 힘을 냈다. 올해 팀 평균자책점 2.72는 2011년 1.43 다음으로 좋은 성적이다. 2012년에는 2.94, 2013년에는 3.00에 이르렀다. 역대 한국시리즈 가운데 가장 늦게 끝난 올해, 투수들이 쌀쌀한 날씨에도 분발했다는 방증이다.
올해 시리즈가 기억에 남을 명승부로 평가되는 것은 극적인 9회 역전승이 2차례나 있었던 덕분이다. 삼성은 2011'21012년에는 한 번도 뒤집기 승부가 없었고, 지난해에는 동점 상황에서 8회 2점을 추가한 5차전이 가장 늦은 이닝에 결승점을 올린 경기였다.
◆엇갈리는 숫자들의 인연
올해 시리즈를 앞두고 넥센의 첫 우승을 점치는 전문가가 꽤 많았다. 삼성이 2011년 4승1패, 2012년 4승2패, 2013년 4승3패 등 해마다 1경기씩 패배가 늘어난 사실에 빗대 올해는 4패를 할 차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삼성이 5차전을 최형우의 통쾌한 역전 2타점 적시타로 마무리하지 못했더라면 이뤄졌을지도 모를 시나리오였다.
순서가 들어맞은 것도 있다. 홈런 숫자다. 삼성은 2011년에는 3개(신명철'최형우'강봉규), 2012년에는 4개(최형우 2개, 이승엽'박석민 1개), 2013년에는 5개(채태인 2개, 박한이'최형우'박석민 1개)를 친 데 이어 올해 6개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4개를 나바로 혼자 때려냈고, 이승엽과 박한이는 2차전과 3차전에 홈런포를 가동했다.
특이한 것은 삼성이 4년 동안 홈런 수에서 상대 팀을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SK와 연속으로 맞붙은 2011년에는 3대3으로 비겼고, 2012년에는 4대6으로 뒤졌다. 지난해에는 두산에게 5대9로 밀렸고 올해는 넥센에게 6대7로 열세를 보였다. 역시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격언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삼성이 숫자 1이 네 번 겹친 11월11일에 네 번째 1위를 차지한 일도 팬들 사이에서 이슈가 됐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삼성 더그아웃에선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삼성 김태한 투수코치는 5차전을 앞두고 "밴덴헐크가 나서는 10일 5차전을 가져오면 11일 등번호 1번 투수가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가 끝날 것"이라고 했다. 삼성의 백넘버 1번은 윤성환이었고, 삼성은 6차전에서 11안타로 11득점을 올렸다.
◆쏟아진 진기록들
삼성은 6차전에서 11대1로 대승을 거두면서 자체 한국시리즈 최다 점수 차이 승리 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원년이었던 1982년 2차전 9대0 승리, 2005년 4차전 10대1 승리였다. 공교롭게도 상대 팀은 OB와 그 후신인 두산이었다.
삼성이 2000년대 들어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우뚝 서면서 삼성 선수들은 당분간 깨지지않을 대기록도 갖고 있다. 진갑용은 한국시리즈 최다 경기 출전(59경기), 배영수는 투수 최다 등판(24경기)을 이어갔고, 나바로는 한국시리즈 최다 홈런(4개) 타이기록을 이뤘다. 통산 기록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박한이로, 한국시리즈 최다 득점(36점)'안타(51개)'타점(27)'루타(73)'4사구(39개) 기록의 보유자다.
이상헌기자 @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