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은 견더도 모욕까지는…" 경비원의 눈물

입력 2014-11-14 10:13:10

"잃어버린 택배 물어내라" 억지 요구에 일자리 잃어, "신체폭력 경험" 무려 5%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박모(67) 씨는 7년 동안 아파트를 4군데나 옮겨 다녔다. 일부 입주민의 무리한 요구와 부당한 대우가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주민의 택배 물건이나 자전거 등이 분실돼 물어준 적도 여러 차례다. 그는 "경비초소를 잠깐 비운 사이 주민이 택배를 잘못 가져갔거나 택배업체가 호수를 잘못 적어 택배가 바뀌기라도 하면 책임을 경비원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억울하지만 차마 따지지 못한다. 말싸움으로 이어지면 좋을 게 없다. 박 씨는 "지난해 한 동료가 잃어버린 자전거를 배상하라고 떼를 쓰는 주민과 다퉜는데, 결국 계약 해지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분신 사망사건을 계기로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계기사 3면

게다가 내년부터 아파트 경비노동자도 최저임금 100% 적용 대상이 됨에 따라 경비노동자들은 행여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불안하다. 상당수 아파트들이 관리비 상승에 대비해 경비노동자 인원 감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겪는 인격 모독이나 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감시단속직 노동자의 인권실태'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경우 언어'정신적 폭력을 당한 경우가 35.1%에 이른다. 신체적 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응답도 5.4%나 됐는데, 특히 70대 이상의 경우 그 비율이 7.0%에 달했다.

대구경북에서도 아파트 경비노동자에 대한 폭언'폭행이 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주택관리공단에 전수조사를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대구경북의 아파트 경비노동자와 관리사무소 직원이 주민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사례는 113건에 달했다. 연도별 발생건수를 보면 ▷2010년 7건 ▷2011년 12건 ▷2012년 17건 ▷2013년 26건 ▷2014년 8월 기준 51건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21일 열린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아파트 경비노동자 분신사건을 언급하면서 "안전보건공단은 이들 노동자에 대해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근로복지공단은 감정노동으로 인한 산업재해에 대한 업무 연관성 여부를 폭넓게 인정해 산재 승인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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