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금융다단계 활개…구경만 하는 대구경찰

입력 2014-11-13 10:31:26

같은 업체 무죄판결에 수사중단, 타지 경찰은 피해예방 강력 대처

대구경찰이 지역에서 활개치는 모 신종 금융 다단계 업체 수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구미와 문경 등 다른 지역 경찰들이 지난달 이 업체 센터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 업체의 회원이었던 사람들은 "다른 지역 검찰과 경찰이 피해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수사하는 상황에서 대구경찰만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 다단계 업체는 말레이시아 모 그룹이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 광고권(1계좌당 650만원)을 사들이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사람들을 끌어들여, 하위 회원의 투자금을 상위 회원에게 이익금으로 주는 일종의 '금융 피라미드'다.

대구경찰은 올해 4월부터 이 업체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지만,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에서 이 업체 총책 K씨 등의 혐의(사기 및 유사수신행위)가 무죄로 나오자 항소심 판결을 두고 보겠다며 수사를 멈췄다.

수사를 중단한 사이 업체는 대구에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구경찰이 수사를 시작할 당시 대구에선 5곳의 센터만 드러났지만, 이후 2곳이 더 확인됐다. 중구 반월당 인근에 센터가 신설됐고, 지난달 3일 중구 동인동 한 센터에선 전국 최대 규모의 조직을 보유한 H씨가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대구와 달리 다른 지역 경찰들은 K씨에 대한 법원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미경찰은 지난달 27일 구미 봉곡동의 센터를 압수수색했다. 다음 날 문경경찰도 문경 모전동의 센터를 수색해 컴퓨터와 서류 등을 압수했다. 특히 이번에 압수수색한 문경 센터는 H씨의 여동생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달 H씨가 미국으로 잠적하면서 회원 관리 장부 등 핵심 증거를 여동생에게 맡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찰청 수사2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체 운영자의 계좌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벌여 왔다. 하지만 같은 업체에 대한 판결에서 무죄가 난 뒤 수사를 중지했고, 앞으로 항소심 결과를 보고 수사를 더 진행할지 판단할 것이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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