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생각] 수능일에

입력 2014-11-13 07:41:52

올해는 유난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이 주위에 많았다. 친구 L의 큰딸이 있고, C의 아들도 있다. 또 다른 C의 큰딸은 올해가 두 번째 도전이다. 그런가 하면 K의 아들은 수시에 미리 합격한 상태라 마음이 한결 가벼웠을 것 같다. 친구의 자녀들뿐만 아니라 집안 친지 중에도 수험생들이 있고…. 모두가 자신이 공부한 만큼 좋은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다.

30여 년 전에도 대입 시험은 있었다. 그때는 학력고사라 불렸다. 시험날이 꽤 추웠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실제로 그날 기온이 그렇게 낮았는지(보통 11월 말~12월 중순이 시험날이었다), 마음이 얼어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3학년 2학기 내내 특수대학 진학을 준비해왔고, 그 마지막 관문이 학력고사였으므로 중압감이 만만치가 않았다. 2차까지 이어진 시험에서 턱걸이로 합격한 상태였기에 마지막인 학력고사가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날이 더 춥게 느껴졌을까. 어쨌든 시험을 봤고, 그 대학엔 들어가지 못했다.

살아오면서 느끼는 게 있다. 나이가 들면서 더 절실하게 와 닿는데, 인생의 길은 한 가닥의 외길이 아니라 수많은 갈래로 뻗어나간 방사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그 방사형의 중심에 서 있다. 그 수많은 갈래 중에 어떤 길로 가게 될지는 모른다. 스스로 선택해서 나아갈 수도 있고, 주위 환경에 의해 떠내려갈 수도 있다. 그 길이 어떤 삶으로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어디에 있든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현재보다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케 세라 세라'일 수도 있겠다.

혼자만의 개똥철학이긴 하지만 살아가는 데 효과는 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고나 할까. 돈 버는 재주가 없었던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다지 못 살아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늘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렇게나 떠밀려 내려가지 않을 정도는 살아온 것 같다. 30년 전 그 대학에 떨어졌지만 곧 다른 인생의 길이 열렸고, 그리 나쁜 길은 아니었다. 자식들을 키우면서 그 리 공부만 다그치지 않게 된 것도 그 개똥철학 덕분이다. 자식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어떻게 알겠는가.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만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오늘 수능시험을 본 수험생들은 인생의 큰 관문 하나를 지났다. 얼마 안 있어 자신의 성적이 나왔을 때 웃음 지을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쉬움에 한숨을 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쉽지만 힘이 빠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이후부터가 아닐까 한다. 그때부터 다시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인생에는 수많은 갈림길이 있고, 그 어느 길에서 살게 되든지 열심히 살면 뭔가는 이루는 삶이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어느 때, 문득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부끄럽지만 않았다면 괜찮은 삶이 아닐까. 살아보니….

홍헌득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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