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과학회 영양이사로서 국회에서 열린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도 하고, 북한 어린이 영양 개선을 위한 '한반도어린이영양증진 프로젝트' 심포지엄도 개최한 바 있다. 국내 소아'청소년의 비만은 최근 10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증가 속도다. 국내 소아'청소년의 대사증후군 환자가 미국의 소아'청소년보다 더 많아졌다는 연구도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소아기의 비만은 예방이 가능한 난치병이며 고질병이고, 21세기의 신종 전염병이라고 선포했다. 미국 카이저 연구센터에서는 비만 때문에 어린이의 평균 수명이 부모 세대보다 20년이 짧아질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소아기 비만은 절반 이상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뇌졸중, 이상지혈증, 동맥경화, 지방간염 등의 질환이 조기에 급증하고 중증화될 수 있다.
많은 선진국들이 현재 국가 보건 의료비용의 7% 정도를 비만과 관련하여 지출하고 있으며 비만 인구가 많은 미국의 경우 전체 보건의료비 가운데 비만 관련 비용이 25% 이상을 차지한다. 2030년에는 연간 1조달러의 의료비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돼 미국 정부도 비만과 전쟁을 선포하고 정부차원의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도 정크푸드의 TV 광고를 금지하고 탄산음료에 비만세를 도입하는 등 전 세계가 비만에 의한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대로 방치한다면 10~20년 후 소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비만이 될 수도 있다. 현재도 장애아와 저소득층의 비만율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소아 비만 관리는 지금도 늦었다. 국가적으로 비만 예방 캠페인과 공익광고를 활성화해야 한다. 건강에 해로운 식품은 소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광고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시'도교육청과 시'도의사회가 협력해 학생 비만 예방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좋겠다. 학교 체육 활동을 강화하고 학교 구역 안에서는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식품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
반면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불균형은 심각한 상태다. 유니세프 북한영양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어린이는 생후 28일 이내의 신생아 중 16명이 매일 사망하고, 5세가 되기 전에 영양실조로 하루 31명씩 사망한다고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매년 세계적으로 600만 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로 사망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소아 사망의 30~50%를 차지한다.
북한 어린이의 영양 저하로 인해 초래될 통일 이후 건강 불균형은 통일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중대 문제다. 특히 문제는 북한의 열악한 의료환경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치료되는 감염병에 의한 북한 어린이의 사망률이 높다는 것이다. 식량 사정이 획기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이상 영양실조에 의한 감염병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에서는 이미 박멸 직전의 감염병인 결핵이나 B형 간염이 통일 후에 다시 만연하게 될 위험도 있다. 이는 공중 보건에 매우 우려할 상황으로 질병의 치료와 관리에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게 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미 북한 청소년의 평균키는 우리 청소년과 비교할 때 10㎝ 이상 차이가 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성장부전으로 인한 신체 발달 저하와 지적 능력 감소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산업 발전 저해도 우려된다. 성장부전이 심각했던 지역은 통일 이후에도 빈곤의 악순환으로 인하여 사회경제적 및 정치적 불안까지 초래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도 된다. 소아의 영양 문제는 가정과 학교만의 책임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어린이에 대한 깊은 관심과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
최병호 경북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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