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타결…정부 "큰 타격 없다" 농축산가 "중국산 국산값의 1/5"

입력 2014-11-10 11:26:38

"관세 없어지면 사형선고" 대구경북 농업인 강력 반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도(農道) 경북에 태풍이 몰아닥쳤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침내 타결되면서 이웃 중국에서 저가의 농축산물이 물밀듯 몰려올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협상을 한 정부는 "대다수 농축산물을 제외,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지만 가공된 농축산물은 당장 빗장이 풀어질 것으로 예상돼 시장 초토화는 시간 문제일 것으로 농축산 농가들은 보고 있다.

◆'농업 초토화'는 시간 문제다

농업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가격'과 '거리'다. 하루만에 물품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중국이다보니 시장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토지비용과 임금이 워낙 싸다보니 생산비가 우리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은 한반도와 이웃하고 있고 계절이나 농업구조마저 유사하다.

수출 전초기지인 산둥성 등지에는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거의 모든 농산물이 재배된다. 사실상 모든 품목이 우리와 경쟁 관계다.

가격은 상대가 안 된다. 2008~2012년 중국산 건고추 1㎏의 평균 수입가격은 국내산 도매가격 1만3천521원의 80.5% 수준인 1만884원에 불과했다. 지금의 관세(270%)가 사라진다고 가정하면 수입가격은 국내산의 21.8%인 2천942원으로 떨어진다. 이렇듯 모든 농축산물에서 중국과 우리나라는 가격에서 경쟁력이 형성되지 않는다.

특히 채소농가에겐 한'중 FTA 체결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채소류 경우,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마늘'무'배추는 100% 중국산이다. 고추'당근'생강'시금치'양배추'양파는 그 비율이 90%를 넘는다.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양념채소류는 중국 작황에 따라 국내 시세가 움직일 정도다.

중국산 가공식품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한중 FTA 타결로 시장 잠식이 급격히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경북지역을 비롯한 국내 음식점이나 대형급식업소에서 소비되는 다진양념(다대기)'김치 같은 1차 가공품은 중국에서 대부분 수입된 것이다.

검역 문제로 수입이 금지된 신선 과실류'축산물은 밀폐 또는 열처리를 통해 한국 땅을 밟고 있다. 과일통조림'훈제오리고기'조란(구운 달걀)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갈비탕'육개장 같은 축산물 포장제품 수입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 결과, 중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2008년 28억2천200만달러에서 2013년 47억1천400만달러(약 5조원)로 5년 새 67%나 늘었다.

◆FTA 체결 이후 농산물 수입

정부는 "안심하라"고 하지만 통계치를 본 결과, FTA 체결국으로부터 농축산물 수입은 이미 급증세다. 중국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올해 3분기 농축산물 수입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7월부터 9월까지 FTA 체결국에서 수입된 농축산물은 모두 46억6천650만달러어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36억100만달러)보다 29.6% 증가했다.

이는 3'4분기 전체 농축산물 수입액 증가율(14.2%)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FTA 체결국으로부터의 농축산물 수입이 실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올 3'4분기 미국산 농축산물의 전년 동기 대비 수입액 증가율은 58.8%로 전체 FTA 체결국 수입액 증가율(29.6%)의 두배에 달했다

국내 축산물 가격 상승과 수입업체 간 경쟁 심화로 쇠고기(23.7%)'돼지고기(15.6%)'닭고기(49.3%)'유제품(50.7%)의 수입량이 대폭 늘었다.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옥수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43.7% 늘어난 34만2천794t이 수입됐다.

과일 부문에서도 미국산 농축산물의 강세가 확연했다. 체리와 포도가 대표적이다. 올여름 국내 과일시장을 뒤흔든 체리의 경우, 7월에서 9월 사이 6천401t이 수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천855t)보다 124.2%가 늘었다. 이 기간 국내로 들어온 체리는 100% 미국산이었다. 미국산 포도 역시 칠레산 포도 비수기를 틈타 수입량이 10.7%(2천833t→3천136t) 늘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데다 우리나라의 캠핑문화 확산 등과 맞물려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량은 더욱 증가세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국회에 계류 중인 'FTA무역이득공유제' 관련 법령이 조속히 통과돼 FTA로 인한 수혜업종의 이익금을 피해를 보는 농어업분야에 재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하겠다"며 "중앙정부 대책과 함께 도 자체적으로도 추가 대책을 마련하는 등 FTA 극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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