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칼럼] 기는 대구, 나는 닝보

입력 2014-11-10 11:50:28

요동을 거쳐 중국으로 진입하는 산해관(山海關)의 기장대(機長臺)에 홀로 서서 중국 대륙을 바라보던 연암 박지원의 머릿속이 이처럼 복잡했을까? 4일부터 7일까지 3박 4일 짧은 일정에 그친 중국 저장성 닝보시 출장에서 중국의 속살을 얼마나 들여다보았을까마는 한가지 키워드는 선명하게 다가왔다. '나는 닝보(寧波), 기는 대구(大邱)'.

중국 상하이'항저우와 함께 경제가 가장 잘 발달된 장강 삼각주의 닝보는 중국 변화의 한 복판에 서 있다. 닝보를 보면 미국을 필두로 시장을 존중하는 신자유주의의 워싱턴 컨센서스와는 별개로 한 소위 중국만의 길, 즉 베이징 컨센서스의 꽃이 만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시장만능주의의 워싱턴 컨센서스와는 달리 베이징 컨센서스는 어디까지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권위와 권력을 중심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하게끔 한다.

베이징 컨센서스에 보조를 맞춘 대구의 자매도시 닝보의 무공비법이 경쾌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이다. 닝보는 일찍 개항한 무역도시답게 중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소 보수적인 성향의 섬유패션도시라든지, 중국 평균 1인당 GDP의 3배를 넘어설 정도로 부자도시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코리아 프라자가 들어설 닝보 신시가지는 마천루들이 들어서서 미국 맨해튼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도심으로 바뀌고 있고, 또 바다에 접해있는 연안 지역은 지난 9월까지 전년 대비 11.9%가 늘어난 무려 1천474만7천 개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했다. 이러한 고속 성장세는 세계 5위 부산항을 6위로 끌어내린 지 벌써 반년째다.

다운타운가는 잠실 롯데월드를 본뜬 도심형 테마파크 '로먼 유 파크'(Roman-U-park)가 크리스마스 전 개장을 앞두고 마무리 단장을 하고 있다. 제품만 잘 만들거나 시설만 좋아서는 관광객이 오고 또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파한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서비스와 친절 마인드를 배우고 있다.

펄펄 나는 닝보를 따라잡으려면 대구 지역의 산'학'언'관이 혼연일체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1년부터 13년간 우호도시로, 지난해부터 자매도시로 도약한 닝보의 관광객들을 대구로 끌어들이려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장점을 최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닝보시는 도심 한복판에 있는 고려사관을 찾는 대구사람들을 위해 대형 교역도에 '대구 정육점' '대구 주점'까지 그려넣고 있다. 대구~닝보 직항 전세기 취항이 유야무야로 끝난 것도 아쉽다. 그동안 대구관광진흥회와 닝보 현지 여행사들이 힘을 합쳐서 한 번에 155명을 태운 대구~닝보 직항 전세기가 일주일에 두 차례씩 석 달간 날아서 모두 3천 명의 중국 요우커들을 대구에 떨어뜨렸다. 그러나 닝보에서 들은 대구 직항 전세기에 대한 평가는 박하기 그지없다. 대구에 떨어뜨린 닝보 관광객을 서울 등지에 데려갈 바에야 왜 대구에 오겠느냐는 것이다. 할 말이 없었다.

스파밸리처럼 숙박형 놀이시설과 수목원 삼림욕을 이색적이라고 좋아하고 팔공산 안전테마파크 체험을 신기해 한다는 피드백을 파악했다면, 그를 코스 개발에 더 접목시켜야 했다. 또 누런 물만 보는 중국인들이 푸른 바다에 혹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포항 앞바다나 감포 죽도시장 등을 관광코스에 다채롭게 연계시켜 만족도를 높였어야 했다. 이 밖에도 '코 수술에 천만 원이 든다'는 현지 사정을 감안한다면, 메디시티 대구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요즘 중국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한국에서의 웨딩 촬영은 꿈의 코스처럼 여겨진다. 대구 대봉동 웨딩 스트리트와 한복전문점을 중심으로 대구판 웨딩 촬영 코스 개발과 미용과 마사지를 포함한 뷰티관광 코스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유적지로는 대구에 귀화한 명나라 장수 두사충을 기리는 모명재를 확대 단장하고, 이들에게 얽힌 담티재나 대명동, 계산동에도 유적지 추가 조성이 필요하다. 닝보 관광객들을 귀화한 일본인 장수를 모신 가창 녹동서원에 데려가는 무신경은 금물이다.

물론 도시 간의 경쟁 시대를 살면서 해외 도시와의 교류는 지역 발전의 일단면을 보여주는 지표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런 단면들이 모이고 쌓여서 자원이 별로 없는 내륙분지 도시로서의 지정학적 약점을 딛고 내발적 성장을 일으켜야 할 대구의 걸림돌이 된다면 고쳐야 한다. 더 이상 늦출 시간이 없다. 이미 닝보는 디자인 교류는 부산과 관광교류는 순천과 손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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