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을 지켜야 하느냐, 무상급식을 지켜야 하느냐?'를 두고 정치권이 소모적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여당은 재원이 부족하니 무상급식 예산을 줄여 무상보육에 투입하라 하고, 야당'교육청은 무상급식은 절대 못 줄인다며 무상보육을 중단하거나 줄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무상보육은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이고 무상급식은 그렇지 않다며 무상급식 예산 편성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논쟁은 문제의 핵심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치졸하기 짝이 없다. 문제의 핵심이란 증세 없는 무상복지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의 무상복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증세를 할 것이냐 아니면 '보편적' 무상복지를 폐기하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지원해주는 선별적 복지로 갈아탈 것이냐가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여야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지금 한국이 무상복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진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여야는 표를 얻기 위해 선정적인 '퍼주기' 경쟁을 벌였다. 2010년 지방선거 때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 무상급식 공약을 제시한 이후 '무상 시리즈'는 여야 선거전략의 핵심이 됐다. 이렇게 서로 퍼주겠다고 하면서 여야는 구체적인 재원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무상이란 말은 기만적인 수사(修辭)다. 복지 재원은 하늘이나 땅에서 솟아나는 게 아니다. 그것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증세 없는 무상복지가 가능하다고 했고 국민은 잘도 속아 넘어갔다. 그 결과가 무상복지 시작 3년 만에 터진 디폴트 선언이다.
무책임한 정치와 현명하지 못한 유권자의 조합은 민주주의의 타락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보다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도 없을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딱 하나다. 그것은 무상복지를 계속 할 것인지, 계속 해야 한다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는데 국민에게 그럴 의향이 있는지 솔직하게 물어보는 일이다. 여야는 또다시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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