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구장 투수에 유리…기동력·수비력서 승패 갈릴 듯

입력 2014-11-10 10:42:09

홈플레이트∼펜스 최대 125m, 투수에 유리 홈런 치기 힘들어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잠실구장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다. 1982년 7월 17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북고 3학년이던 그는 잠실구장 개장 기념 우수고교 초청대회 결승전에서 6회말 선두타자로 나와서 부산고 김종석을 상대로 좌월 솔로 홈런을 기록했다. 류 감독은 당시 펜스를 넘어갔던 공을 되찾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 5~7차전은 12개의 홈런이 쏟아진 1~4차전과 달리 기동력과 수비력에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잠실구장은 홈플레이트에서 펜스까지 거리가 좌우는 100m, 중앙은 125m인 국내 최대 규모다. 상대적으로 투수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올해 정규시즌에서도 삼성과 넥센은 잠실에서 경기당 0.75개(16경기 12홈런), 0.81개(16경기 13홈런)의 홈런을 때려내는 데 그쳤다.

대포를 대신해야 할 양 팀의 무기는 도루다. 공교롭게도 1~4차전은 도루가 많은 팀이 이겼다. 2차전은 박해민'박한이'나바로가 한 번씩 성공한 삼성이 서건창 혼자 2루를 훔친 넥센을 눌렀고, 4차전에서는 서건창이 1회부터 2루와 3루를 연거푸 파고들면서 분위기를 선점했다. 양 팀은 1'3차전에선 도루를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나친 의욕은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도 한다. 목동에서 치른 3차전이 대표적이다. 이날 삼성은 7회초 김상수가 선두타자로 나간 뒤 1사 후 2루로 뛰다가 횡사, 공격 흐름이 끊어졌다. 넥센 역시 7회말 대주자 유재신이 삼성 안지만의 견제구에 걸려들면서 더는 달아나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역전패했다.

잠실구장이 넓은 만큼 양 팀 외야수들의 수비력도 승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이 주전 중견수 박해민의 부상을 못내 아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차전에서 도루를 하다가 왼손 약지 인대를 다친 박해민은 8회부터 수비에 나선 3차전에서 9회 유한준의 안타성 타구를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잡아내 팀 승리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박해민은 5차전 선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편 삼성과 넥센은 4차전까지 각각 1개와 4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삼성은 숫자에서는 넥센보다 적었지만 4차전에서 박석민의 결정적인 실책이 나와 뼈아팠다. 박석민은 0대1로 뒤지던 1회 2사 2루에서 넥센 강정호의 평범한 땅볼을 잡은 뒤 1루에 악송구, 추가점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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