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도로 행복한 교통문화] 위험천만한 자전거 운전

입력 2014-11-10 07:11:46

목숨 건 두 바퀴 질주…대구 작년에만 1,719명 사상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고도 덩달아 늘고 있다. 대구는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인구당 사고 발생 비율이 가장 높다. 자전거 운전자는 도심을 달리는 자동차에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자전거도로도 부족해 보호막 역할을 못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다가 죽거나 다치는 사람 중에는 특히 노인층이 많아서 도로 위 배려가 절실하다. 이와 함께 자전거도로를 확충하고, 안전교육을 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자전거사고 다발지역

3일 오후 3시쯤 대구시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앞 달구벌대로. 이 주위에는 전통시장과 교회, 병원, 초등학교 등이 있어 자전거를 운전하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다. 더불어 달구벌대로를 지나는 자동차 통행량도 많았다. 수성교를 건너 경대병원역으로 향하는 차들은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속도를 높였고, 휘어진 곡선 형태의 도로를 따라가며 차도를 넘나들었다. 신천대로에서 나오거나 들어가는 차들이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 등과 엇갈리며 지나다녔다.

이곳에선 지난해 1월 23일 오전 5시쯤 자전거를 탄 87세 남성이 수성교 인근 교차로에서 승합차와 충돌해 목숨을 잃었다. 자전거 운전자는 횡단보도를 따라 삼덕네거리 쪽에서 수성교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당시 횡단보도 신호는 빨간색이었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그때 신천대로에서 빠져나온 승합차가 동부교회 방향으로 신호를 받고 좌회전했다. 결국, 이 승합차와 부딪친 자전거 운전자는 숨졌다.

지난해 이곳 200m 반경 안에서 11건의 자전거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대구에서 가장 많은 자전거사고로, 1명이 목숨을 잃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1건의 사고 중 자전거가 차와 부딪친 경우가 9건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 2건은 보행자와의 충돌이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자전거사고 다발지역(200m 반경 내 4건 이상)은 101곳에 달한다. 이는 이전 해인 2012년의 81곳보다 24.7%(20곳)가 늘었고, 최근 3년(2011~2013년) 동안은 26.3%(21곳)가 증가한 수치다. 구별로 보면 지난해 북구와 달서구가 각각 26곳으로 자전거사고 다발구역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수성구(17곳)와 서구 (12곳), 동구(8곳) 등의 순이었다. 특히 북구와 달서구는 2011년보다 각각 44%(8곳)와 37%(7곳)가 늘어나는 등 대구 전체 사고 증가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늘어나는 사상자, 인구 비율로 전국 최다

대구의 자전거사고 사상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천719명이 자전거를 타다가 죽거나 다쳐, 5년 전인 2009년 1천458명에 비해 17.9%(261명)가 증가했다. 자전거사고 사상자 수는 2010년(1천319명)에 잠시 줄었다가 2011년(1천604명)에 급격하게 늘었고, 2012년부터 1천7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대구는 전국의 특별'광역시 7곳 중 가장 높은 비율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다. 대구의 지난해 인구 100만 명당 자전거사고 사상자 수는 무려 687명이었다. 이는 가장 적은 부산(217명)의 3배가 넘고, 2위인 울산(371명)의 1.85배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보면 자전거 교통사고는 최근 5년간(2008~2012년) 모두 5만9천668건이 발생해 1천511명이 사망하고, 6만828명이 다쳤다. 시간대별로 보면 오후 2~8시 사이에 사고가 집중됐고, 특히 오후 4~6시대가 14.9%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5세 이상 고령층이 사망자의 56.6%, 부상자 20.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40대 이상 장'노년층의 자전거 승차 중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88.7%나 됐다.

◆전용차로 등 시설 개선 필요

자전거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전용도로'차로 미비'가 손꼽힌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구 자전거도로는 모두 718㎞(219개 노선)로, 이 중 자전거 전용도로'차로는 14.9%(107㎞, 35개 노선)에 불과하다. 나머지 85.1%(611㎞, 184개 노선)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크다.

이에 대구시는 2009년부터 내년까지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사업'과 '간선도로와 생활형 자전거도로 노선 건설'에 나섰다. 시는 내년까지 '두산교~대구스타디움~공항교~도청교~반월당~중동교~청도군 경계' 사이(115㎞)를 잇는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올해는 5억원(국'시비 각 50%)을 들여 반야월네거리~숙천교(4㎞) 구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시비 7억8천200만원을 들여 칠성시장 네거리와 달서구의 학교 주변 등지의 자전거도로를 정비하고 있다. 주로 낡은 곳을 개선하고 단절된 구간을 잇고 있다.

더불어 시는 자전거 운전자의 안전교육을 위해 자전거 안전교육장 3곳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신천 희망교 인근 옛 신천수영장 부지(남구 이천동)의 교육장에서 학생과 여성 등 시민 1천700여 명이 자전거 안전교육을 받았다. 같은 해 상리공원(서구 중리동) 내 자전거 교통안전 교육장에선 1천200여 명, 청소년수련관(달서구 상인동) 운동장의 교육장에선 350명 등이 교육에 참여했다.

김종석 자전거타기전국연합 대구본부장은 "자전거 사고는 대부분 자동차와 부딪치는 경우이기 때문에 도심 제한속도를 낮출수록 자전거 안전도는 높아진다. 현재 60~70㎞/h인 제한속도를 50~60㎞/h 수준으로 내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더불어 도로 가장자리에 경계선을 그어 자전거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전용차로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자전거 안전하게 타기

1. 자전거는 차이기 때문에 차도를 따라 주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2. 반드시 우측통행을 해야 하고 수시로 주변 상황을 확인한다.

3. 신호가 없는 교차로나 좁은 길에서 큰길로 진입할 때 정지한 다음 좌우를 확인하고 주행한다.

4. 도로에선 자동차 뒤를 바짝 따라가거나 주행 중인 자동차 사이로 횡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5. 방향 전환이나 차로 변경, 정지를 할 때는 수신호로 뒤에 오는 자동차 운전자에게 알린다.

6. 짐을 많이 싣거나 사람을 태우는 행위는 피한다.

7. 내리막길에선 브레이크를 천천히 잡고,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8. 옆 사람과 나란히 주행하면서 대화를 하지 않는다.

9.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타지 않는다.

10. 야간에는 후미등을 켜고 주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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