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에 물든 가을이 알록달록하다. 시는 인생의 진정한 노래이기 때문에 문화의 꽃이 되는 것이다. 괴테가 말했다. 위대한 시는 국가의 가장 귀중한 보석이라고, 전국 곳곳에서 시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특히 대구는 유서 깊은 시의 도시로 알려져 있고 훌륭한 시인들도 많다.
일제강점기 대구읍성의 화약고였던 향촌동은 문인들의 정신적 고향이었고 6'25전쟁 때 피란 내려온 문인들이 향촌동의 다방에 모여 시대의 아픔들을 시로 적었다. 향촌동의 음악 감상실은 예술인들이 열정을 쏟았던 장소였다. 지난 10월 30일 중앙로의 옛 상업은행이 문화인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향촌문화관으로 단장을 마치고 개관식을 했다. 1, 2층은 향촌문화관이고 3, 4층은 대구문학관이다. 그곳에 가면 대구의 역사와 낭만 어린 추억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지금은 각박한 시대, 시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아름다운 감성을 잘라버리고 돈벌레로 사육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문학동아리가 소멸되어 가고 있다 한다. 그래서 전국 시단에는 젊은 시인들이 귀하다. 특히 대구시단이 그렇다. 젊은 시인들이 탄생하지 않는다고 시인들은 한목소리로 걱정한다.
11월 1일은 시의 날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한 사람인 '육당 최남선'이 를 쓴 날을 기념하여 11월 1일을 시의 날로 정했다. 시의 날 11월 1일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대구 시의 날 행사 때 일류 문예지의 등용문을 연 스물세 살 풋풋한 최백규 신인이 인사차 나타났다. 선배시인들은 모두 손주를 얻은 기분이라며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냈다.
이 좋은 계절, 스마트폰을 종료시켜 놓고 밤이 지새도록 눈물로 얼룩진 손 편지를 써서 빨간 우체통으로 달려가는 그런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밤에도 시인들은 위대한 시는 못 되어도 온 혼을 담아 밤을 하얗게 밝히며 시를 쓸 것이다.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가 생각난다. 그 영화 속에서 시는 '칼리소또의 작은 파도, 큰 파도, 절벽의 바람소리,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소리, 아버지의 서글픈 그물소리, 신부님이 치시는 교회종소리,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바빌리또의 심장소리…'라 했다.
시를 찾아 나섰던 네루다는 결국 외딴섬 우체부와의 대화에서 '삶이란 게 유별스러운 게 아니듯 시 또한 별거 아니다'라고 한다. 별거 아닌 시이지만 그것은 당돌한 꽃이기도 하고, 가슴 뜨거운 조국이기도 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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