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월드컵 축구, 폭력 충동의 승화 맞을까

입력 2014-11-08 07:45:26

스포츠와 문명화/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에릭 더닝 지음/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펴냄

인류는 문명화 과정을 거치며 고도로 규정된 경기 형태 속에서 사람들이 육체를 갖고 경쟁하는 '스포츠'를 탄생시킨다. 스포츠는 국가 사이의 비폭력적이고 비군사적인 형태의 경쟁을 상징적으로 재현한다. 상대 경쟁자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 있는 폭력적인 행동을 최대한 배제한 경쟁이다.

여기에 더해 "현대사회에서 스포츠는 단순한 사회적 행위나 이벤트가 아니라, 사회를 새롭게 구성하고 인간의 사회적 존재 가치를 다양하게 표현한다"라거나, "스포츠는 경쟁과 협력, 갈등과 조화와 같은 사회적 관계의 속성에 관한 '자연적 실험실'"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축구'가 있다. 영어를 쓰는 국가보다 더 많은 국가에서 패스를 하고 슈팅을 날리는, 아마도 인류 역사상 최대의 공통언어이다. 1'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더 큰 규모의 또 다른 세계대전은 계속 진행 중이다. 총과 지뢰와 미사일에 누가 죽거나 다치지 않는다. 단지 공을 서로의 골대에 넣는 방식으로 점수를 내어 승자와 패자를 가린다. 바로 4년마다 세계를 돌며 열리고 있는 '월드컵'이다.

산업화와 계급의식을 바탕으로 축구 클럽 리그도 탄생했다. 예를 들어 영국 맨체스터 시를 연고로 하는 두 축구 클럽 '맨체스터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더비(같은 도시나 지역을 연고로 하는 클럽들의 경기)는 축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많다. 계급, 당파, 지역, 인종, 윤리, 국가, 불평등, 라이벌 의식 등을 축구가 반영한다는 얘기다. 물론 일부 요인에 대해서는 반박도 나온다. 아무튼 이런 요인들을 매개로 축구는 클럽과 팬 사이의 끈끈한 연대를 통해 '우리 집단'과 '그들 집단'의 구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스포츠가 문명의 폭력을 해소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훌리거니즘'이 대표적인 사례다. 흔히 '훌리건'이라 불리는 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축구 클럽을 향해 광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현상이다.

이 밖에도 책은 '스포츠 사회학'을 표방하며 여가와 즐거움이라는 스포츠 탄생의 배경, 사회 문제로서의 스포츠의 기원, 성취 욕구와 스포츠의 사회적 의미, 남성 영역으로서의 스포츠 등에 대해 다룬다. 문명사를 연구한 고(故)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와 그의 제자 에릭 더닝이 함께 쓴 '즐거움에 대한 탐구-문명화 과정에서 스포츠와 레저'를 송해룡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송 교수는 오래전부터 스포츠와 미디어의 관계를 문화사회학적 차원에서 연구해왔다. 572쪽, 3만4천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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