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 의존서 탈피 다양한 수익원 창출 가능
KB금융그룹의 내분사태 이후 금융지주체제 무용론(無用論)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금융회사에겐 여전히 유용한 성장전략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지주체제는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신용카드회사 등을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가 각 자회사들의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운영전력이다. 은행 중심인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를 개편하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형 투자은행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00년 도입됐다. 현재 KB, 신한, NH농협, 하나 등 모두 13개 금융지주가 설립돼 운용 중이다.
14년이 지난 지금 금융지주체제 도입취지는 달성되지 않았다. 아직도 금융지주 내 은행비중은 70%∼90%에 달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투자은행은 한국에서 탄생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융지주회사 도입으로 달성하고자 했던 목적은 퇴색한 지 오래"라며 "지주회사가 자회사들의 의사 결정을 좌우하고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도 막상 그에 따른 책임은 전혀 지지 않아 '자리 만들기'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내 금융그룹에선 지주체제 도입 이후 겸업화에 따른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았다. 자회사의 위험요소를 고르게 분배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던 목표도 물거품이 됐다. 금융그룹 전체에 대한 총체적인 건전성 검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지주회사 설립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금융지주 임원들은 수익을 10배나 더 내는 미국 은행의 임원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돈 먹는 하마'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김 의원은 KB금융지주 내분사태가 국내 금융지주체제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국내 금융환경과 금융지주체제는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며 조만간 미국을 시작으로 지주체제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우리, 산은, 시티 금융그룹이 해체를 선택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체제가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금융기관의 성장전략으로 유효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종욱 금융감독원 특수은행검사국장은 "금융지주체제는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방은행의 성장전략으로 여전히 유효하다"며 "은행의 예대마진에 의존해 온 수익구조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지방은행들이 외형보다는 실속위주의 자회사 운용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지주라는 간판에 걸맞은 모양새를 갖추려 하기보다 영업현장에서 수요가 많은 유관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팀'(자회사)을 꾸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DGB금융그룹 역시 지주체제의 장점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일부 시중 지주의 경우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분리로 인해 지주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나친 경영간섭이 문제화됐지만 DGB금융그룹은 출범 초기부터 회장과 은행장의 겸직을 통해 계열사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그룹 경영효율성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DB 금융그룹은 향후에도 지주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자회사간 정보공유를 통한 연계영업을 더욱 활성화하고 그룹차원의 공동상품 개발 및 교차판매 확대를 통해 알차고 내실 있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1년 5월 설립된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 DGB캐피탈, 유페이먼트, DGB데이터시스템, 대구신용정보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보험업에 이어 자산운용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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