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발을 옮기는 순간 터져 버릴 폭발이 두렵다
이야기 나누던 이, 떠난 그곳에서
지뢰를 밟은 듯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떨고 있는 다리
점점 땅속으로 파고들어
두려움의 무게 발바닥 누르고
차라리 공기방울처럼 날 수 있기를 생각한다
한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들었던 목소리
떠난 그곳에서
수없이 말하던 사랑 건조해져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발을 옮긴다
터져버린 지뢰
그 파편 다 맞은 난,
회생 잃은 중병의 환자처럼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