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득쫀득한 동태살…진한 육수 맛이 추위 날려
추위가 성큼 다가왔다. 쌀쌀한 날씨에는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탕이 제격이다. 칼칼한 국물과 하얀 생선살이 일품인 동태탕은 찬바람이 부는 요즘 날씨에 딱 맞다. 놀보동태는 20년간 생선을 만져온 문종철(49) 사장이 자존심을 걸고 운영하는 곳이다. '맛의 비결은 정직한 재료와 주인의 부지런함'이라고 생각하는 문 사장의 음식 철학 덕분인지 날씨와 상관없이 사시사철 이곳을 찾는 단골도 많다.
◆요즘, '번개' 모임에 딱
새희망봉사단은 부모와 자녀가 모두 장애인인 가정을 후원하는 봉사 단체로 올해 8월 결성됐다. 여행사 대표와 금융인, 한의사, 문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회원으로 속해 있으며 현재 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새희망봉사단 이강태 회장은 "지금은 한 가정을 선정해 분기별로 50만원씩 장학금을 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아동을 지속적으로 돕는 방법을 회원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생 봉사단이 놀보동태와 인연을 맺은 것은 이 회장 때문이다. 약 10년 전 문 사장이 대구의 한 호텔에서 일식집을 운영할 때 인연을 맺었고, 재료를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손님상에 내놓는 문 사장을 그때부터 신뢰했다. 일식집에서 동태집으로 업종이 완전히 바뀌었는데도 문 사장을 따라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놀보동태는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모여 가벼운 모임을 하기에 좋은 장소다. 한 회원은 "오늘도 회장님이 '동태탕 한 그릇 하자'고 해서 다들 '번개 모임'을 하는 마음으로 왔다"며 껄껄 웃었다.
이 집의 주메뉴는 동태알곤냄비탕이다. 여성 회원들은 생선을 녹이고, 알맞은 육수를 우려내는 데 손이 많이 가는 동태탕의 특성을 잘 알기 때문에 더 날카롭게 맛을 평가한다. 권숙자 회원은 "동태탕에 비린내를 없애려고 고춧가루를 써 매운맛을 내는 집이 많은데 놀보동태는 맵지 않으면서도 비린내가 안 난다"고 설명했다. 다른 회원도 "동태는 집에서 끓이면 육수 맛이 잘 안 나서 다시마나 다른 야채를 많이 넣는다. 육수가 진하고 깔끔한 맛이 나서 좋다"고 덧붙였다.
막걸리에 곁들이면 좋은 동태전도 놀보동태의 별미다. 고추를 속에 넣은 동태전은 약간 매운맛이 난다. 강석만 회원은 "동태는 생태보다 재료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동태에서 생태의 신선함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생태의 뽀송뽀송한 맛은 없지만 동태인 것을 감안하면 살이 쫀득쫀득한 편"이라고 말했다.
◆맛의 비결, 주인의 부지런함
스물일곱 살 때부터 일식집에서 생선을 만진 문 사장은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가 "생선 하나만큼은 자신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사장이 이곳에 동태탕 식당을 연 것은 약 5년 전. 호텔에서 일식집을 운영했지만 호텔이 자금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어쩔 수 없이 식당을 접어야 했다. 음식점 업종을 바꿔야 할 때 신중하게 고민했다. 그는 "우리나라 음식의 역사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소고기는 광우병, 닭은 조류 인플루엔자 등 여러 파동이 있었지만 동태는 여태 큰 파동에 한 번도 휩쓸리지 않았다. 그래서 동태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놀보동태를 개업한 뒤 곧바로 파동을 겪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해산물 전체를 둘러싼 불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사장은 재료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문 사장은 "놀보동태에서 사용하는 동태는 100% 러시아산이다. 단골들이 믿고 찾는 이유도 재료를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당 문은 오전 11시에 열지만 그는 매일 아침 7시에 식당에 출근한다. 전날 퇴근할 때 냉장실에 넣어 녹인 동태를 다듬기 위해서다. 하루에 손질하는 동태는 2박스, 약 60마리 정도다. 대구은행 본점과 대구시교육청 등 점심때는 인근 직장인들이 몰려와 분주해지기 때문에 생선 다듬는 속도를 늦출 수 없다. 문 사장은 비린내가 없는 육수 맛의 비결도 설명했다.
"아침 7시에 식당에 나와서 2시간 넘게 국물을 우려내요. 여기에 다시마, 멸치 등 바다에서 나오는 재료를 잔뜩 넣고, 고추씨를 넣습니다. 언 생선이지만 녹을 때 칼을 대면 피가 나와요. 피가 생선살에 묻으면 비린 맛이 나기 때문에 빨리빨리 생선을 손질해야 해요. 또 동태 내장을 넣으면 비린내가 나서 쓰지 않아요." 밑반찬은 간단하다. 이날 손님상에 나온 반찬은 김치와 어묵볶음, 동초가 전부다. 문 사장은 "동초는 숙취 해소에 좋다. 칠성시장에서 믿을 만한 야채상에서 정기적으로 동초를 공급받는다. 주인이 부지런하고, 재료가 정직해야 좋은 음식이 나온다"며 웃었다.
# 동태알·곤냄비탕(2만3천원·중짜), 동태알·곤뚝배기(8천원), 동태찜(2만3천원·중짜), 동태전(1만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은 휴무)
▷규모: 50여 석
▷별도 주차장 없음
▷문의: 대구 수성구 수성동1가 37-6, 053)741-1008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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