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마다 같은 억양'발음 지적…"성장이 보이면 만족이죠"
배우 황정음(29)은 막힘이 없었다. 짓궂은 질문에도 유쾌하게 답했다. 민감할 법한 발음 문제를 비롯한 연기력, 남자친구, 과거 걸그룹 이야기 등에 관해 물어도 척척 답했다. 실제 황정음을 만나면 그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하던데, 진짜 그랬다. 삶이나 연기 등 고민도 많았다. 장난스러움과 진지함이 공존했다. 남자친구인 SG워너비의 김용준도 그런 매력에 빠졌나 보다. 최근 SBS 주말극 '끝없는 사랑'을 끝낸 그를 만났다.
일단 9년째 열애 중인 김용준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 결혼하게 된다면 둘 사이의 어떤 변화가 있는 걸까.
황정음은 "용준이라는 사람은 내게 없으면 안 되는 존재"라며 "엄마, 아빠 같은 존재라고 할까?"라고 까르르 웃었다. "용준이를 만나는 게 지긋지긋하고 힘들어요. 그래도 매력이 있으니깐 만나는 거겠죠? 결혼은 때 되면 하는 것이고, 물 흘러가듯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아마 나중에 싫으면 헤어질 수도 있긴 할 거예요. 그래도 후회는 없을 것 같이 지금 좋아하고 사랑해요. 헤헤헤."
그는 정제된 답만 하지는 않았다. 내친김에 쏟아진 질책에 관해서도 물었다. 인터넷에서는 그의 발음과 억양, 대사가 작품마다 똑같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명 '발연기' 논란도 있다.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을까.
"드라마 '비밀' 전에는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어떤 발음이든, 목소리든 감정이 전달되면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 목소리로 '비밀'은 무모한 도전이었죠. 내가 무슨 멜로? 그래도 칭찬받았잖아요. 솔직히 잘한지 못한지 전 몰라요. 그래도 칭찬받아서 '내 목소리로 멜로도 할 수 있구나' 했죠. '사람 힘으로 안 되는 게 없구나' 했죠. 물론 '끝없는 사랑' 이후 '아, 또 안 되는 게 있구나' 생각했지만요. 발음이 완벽하면 좋겠지만 차근차근 올라가고 싶어요.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재미있잖아요.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제 만족과 연결돼요."(웃음)
황정음은 경험에서 얻어지는 모든 것들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믿는다. "도전하면 어떤 결과가 있는데, 도전도 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칭찬을 받던, 욕을 먹던 조금이나마 작품에 도움이 됐다면 감사한 일"이라고도 짚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마인드다. "'끝없는 사랑'을 잘 해내진 못한 것 같지만 여배우가 꺼리던 작품을 해낸 것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만족해했다. 단어와 말이 어려운 시대극이었고, 그가 맡은 서인애는 여자로서 갖은 고초를 다 겪어야 하는 등 꽤 힘든 상황이었다.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을 가진 여자가 정치적 음모에 휘말려 고문당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지만, 결국 검사와 법무장관이 돼 원수를 갚는다는 내용이었다.
황정음은 "힘들진 않았다"고 했다. "연기로 더 힘들어야 했는데 오히려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입바른 소리는 아니다. "작가님이 표현하고 싶은 게 많으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와 의논 과정이 없었던 게 아쉬워요. 현장에서 치열해야 했는데 그냥 제가 준비한 대로만 하게 두더라고요. 전 아직 잘 몰라서 누가 만져주면 잘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했죠. '이런 현장도 있구나, 배워서 좀 더 달라져야겠구나' 생각했어요. 물론 연기자가 현장을 이끌고 가야 하는 부분도 필요해요. 전 그걸 못했죠. 주인공에 한참 모자란 제가 큰 기회를 얻었는데, 잘 안 돼 모든 게 미안했어요. 욕심도 많이 부린 것 같고요."
황정음은 시트콤 '하이킥'으로 시청자들을 웃겼다. 이후 드라마 '자이언트' '내 마음이 들리니' '골든타임' '돈의 화신' '비밀' 등을 통해 꾸준히 연기자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연기력 논란도 꾸준히 이어졌다.
"'골든타임' 때 정말 제 연기보고 병신같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인간이 실수하거나 못할 때 나약해지잖아요. 지옥까지 내려갔다 온 것 같아요. 그때 많이 성숙했죠. 연기라는 게 어메이징한 것 같아요. 생각 없던 제가 생각을 하게 됐으니까요."(웃음)
이후 '비밀'로 칭찬 받았던 걸 좋아한 황정음은 "연기를 처음에 엄청나게 못 해서 조금만 잘해도 칭찬을 받은 것 같다"며 "발연기를 했던 게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 했다"고 긍정했다. 하지만 "'끝없는 사랑' 이후 다시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겸손을 되찾았고, "차인표 선배를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꼽았다. "차인표 선배님이 정말 겸손하고 멋져요. 외모적인 부분이 아니라 '저런 남자랑 결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어떤 계기로 저렇게 멋진 건지 궁금해서 주위에 물어보니 신애라 언니가 멋진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역시 그랬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용준이를 그렇게 만들라고요? 그럴 생각은 없는데…. 하하. 그래도 만약 결혼하게 되면 노력을 해 볼게요."
2002년 걸그룹 슈가로 데뷔한 황정음은 "'지금 연기하려고 과거 가수를 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며 "가수를 안 했으면 지금의 난 없었을 것 같다"고 회상했다. 과거 걸그룹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경험한 그는 밤샘 촬영, 쪽대본이 나오는 등 "드라마 제작 환경이 좋지 않아도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환경에서 더 좋은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연기다운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시간에 쫓기면서 겉핥기식이 아닌 제대로 된 작품에서 말이죠. 요즘에는 영화 욕심도 생겼어요. 지금까지는 일종의 다양한 도전이었다면 이제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찾으려고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 뭐 없을까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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