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천 실개천·단풍숲·동대구로 빌딩숲…자연과 도시 '하모니'
내년 상반기 개통을 앞둔 3호선이 안착하는 데 있어 최대 관건은 시민들의 관심이다. 3호선은 '사랑을 받을 것인가' '외면을 받을 것인가'를 두고 곧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실제 3호선이 모노레일로 결정됐을 때부터 최근까지 수송 능력, 도심 미관, 안전성 등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도심 흉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에다 이동수단으로서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까지 잘못된 시정의 대표 사례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우려대로 애물단지가 될 것인지, 대구의 랜드마크가 될 것인지는 내년 상반기면 결정이 된다. 개통에 앞서 3호선의 상품성과 수송력, 안전성, 개통 기대효과 등을 살펴본다.
(상)달리는 전망대
"하늘을 달리다!"
지난달 16일 오후 2시 5분, 도시철도 3호선 신남역. "다음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멀리서 노란색 모노레일이 모습을 드러낸다. 3호선의 승차감, 안전성은 물론 상품성 등을 점쳐보기 위해 시운전 중인 모노레일에 올라탔다.
맨 앞 전망석에 앉았다. 앞쪽과 옆쪽 창문을 통해 대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상 10m 안팎의 높이에서 달리다 보니 3호선 주변의 요모조모를 살펴볼 수 있다. 전동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마치 허공을 달리는 것 같다. 이동수단으로 만들어졌지만 재미는 덤. 천 원짜리 한 장만 있으면 대구의 진면목과 속살을 볼 수 있는 관광 모노레일로도 인기를 끌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달리는 전망대
3호선의 종점역(30번째)이자 가장 높은 역(18m)인 용지역을 떠나면서 전동차 앞 창문을 통해 도심을 내려다보니 길게 뻗은 앞산터널로와 그 뒤로 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범물역을 지나 지산역으로 이어지는 지산로는 마치 숲 속 오솔길 같다. 나무들이 우거져 전동차 아래를 봐도 도로가 보이지 않아 숲 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모노레일에서 범어천을 내려다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눈앞에 직선으로 펼쳐진 범어천과 동대구로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범어천을 따라 수풀이 우거지고 실개천이 흐르며 나무마다 단풍이 울긋불긋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빌딩 숲과 나무 숲 사이를 지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땅 위에서는 볼 수도, 알 수도 없는 대구의 비경이라 할 만하다.
대봉교 위를 지날 때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아름다운 신천의 모습이 들어온다. 도심을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르는 신천과 각종 나무와 꽃, 휴게시설이 갖춰진 둔치, 하늘로 솟구치는 분수 등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인근에 고물상도 보였지만 '지저분하다'는 느낌보다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생각이 앞선다. 명덕역~남산역 구간을 달릴 땐 대규모 주택단지가 눈길을 끌었다. 앞산을 배경으로 같은 색깔의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문시장역을 기점으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모습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지만 정겨운 모습을 보여주기는 마찬가지다. 저 멀리 달성토성의 윤곽이 한눈에 들어오고,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분주한 모습도 친근해 보인다.
특히 만평역에서 팔달역 사이에선 금호강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팔달역부터 7개 정거장에 걸쳐 이어지는 팔거천의 모습도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팔거천은 최근 정비 사업을 통해 새로운 도심 하천으로 태어났는데, 전동차 위에서 하천 바닥이 다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았다. 왜가리, 오리 등이 여유롭게 물질하는 모습은 마음의 휴식을 선사했다. 팔달로, 남산동 등 다소 칙칙한 구간도 있었지만 '있는 그대로' 삶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관광열차 같은 전동차
지상 10m 위에서 도심을 가로질러 달리며 대구를 보는 맛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땅 위에서 또는 건물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관이다.
그렇지만 바깥 풍경을 감상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전동차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무리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이라 해도 제대로 볼 수 없는 구조라면 풍경은 그저 '그림의 떡'이다.
3호선 전동차는 그런 의미에서 제격이다. 전동차 창문은 전망유리인 통유리로 설치,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에 좋다. 3호선의 창문은 폭 1천940㎜, 높이 1천㎜로 2호선의 폭 1천200㎜, 높이 790㎜보다 훨씬 크다. 이처럼 큰 통유리를 통해 햇빛이 전동차 안으로 쏟아지다 보니 차내가 늘 밝다. 그렇다고 자외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자외선을 99.9% 차단할 수 있는 유리여서 안전하다는 것이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의 설명이다.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 명당 자리는 전동차 맨 앞 좌석이다. 4명이 앉을 수 있는 이 좌석은 '전망석'으로 불린다. 전동차가 달릴 때 펼쳐지는 광경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어서다. 옆에도 창문이 있다. 개통되면 3호선 최고의 인기 좌석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스토리를 입히자
모노레일이라는 특성을 잘 살리면 3호선은 이동수단의 기능뿐 아니라 관광상품으로도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각 역이나 코스, 지나는 동네마다 이야기를 입히고 의미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해 대구의 랜드마크로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해가 진 뒤에는 3호선에 불빛을 입혀 야간 명물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둠을 뚫고 흘러나오는 3호선 내부의 불빛에다 다리, 정거장 등 특정 시설물이나 구간을 지날 때 조명을 설치해 비춰주면 대구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3호선 30개 정거장의 모양도 각양각색이어서 정거장에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 정거장 형태는 박스형(대봉역)과 둥근 아치형(신남역), 하트형(만평역) 등이다.
3호선이 가족 단위 시민들의 주말 명소가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 안용모 본부장은 "주말이면 아이들 손을 잡은 가족 단위 승객들이 이동을 위해, 또는 도심을 관광하거나 놀이기구를 탄다는 기분으로 모노레일을 이용하지 않을까 기대된다"며 "평일에도 연인이 데이트를 하거나 어르신들이나 소일하기 위해 모노레일을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호준 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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